’제2의 딥 스로트를 찾아라.’
워터게이트 사건의 영웅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국장이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누설 사건인 ‘리크게이트’에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워싱턴 정가가 다시 폭풍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드워드가 14일 대배심에서 한 증언이 주목 받는 것은 그가 CIA 요원인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안 시점이 언론에 처음 누설된 시점보다 한달 가량 더 빠르기 때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이 신문에 플레임의 신원을 공개한 게 2003년 7월 14일이었는데, 우드워드는 이미 6월 중순경 3명의 고위관리로부터 플레임의 신원을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가 대배심을 새로 구성해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드워드가 “리비 전 실장은 나의 취재원이 아니다”라고 증언했기 때문에 최초의 누설자가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은 조지 W 부시 정부가 이 사건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는가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리비는 주디스 밀러 전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플레임의 신원을 흘리기 이전인 2003년 6월 중순과 말 두 차례 우드워드 부국장과 플레임의 신원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이 확인됐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최신호(28일자)에서 우드워드의 딥 스로트와 관련,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해 용의선상에 오른 고위관료들이 완강히 무관함을 주장한 것과 달리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특별한 해명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미뤄 그가 누설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배심이 새로 구성되면 새 누설자는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정가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게 분명하다. 이미 한차례 이상 증인심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용의자’는 위증을 했을 가능성도 크다.
탐사보도의 신화이면서 객관적 기자정신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워 온 우드워드도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옴부스맨 칼럼에서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우드워드의 태도를 비판했다. 뉴욕타임스가 밀러 기자를 축출한 것처럼 워싱턴포스트도 간판스타의 직업윤리를 문제삼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건이 새 국면으로 흐르면서 리크게이트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종잡기 힘든 상황이 됐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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