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작가 전광영 개인전 '韓紙의 기억과의 대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작가 전광영 개인전 '韓紙의 기억과의 대화'

입력
2005.11.21 00:00
0 0

갤러리 바닥에 놓인 지름 3m정도 되는 거대한 심장. 쿵-쾅-쿵-쾅 소리가 날 것만 같은 심장 표면에 빽빽하게 박힌 작은 삼각형 조각들은 한지(韓紙)로 싼 스티로폼들이다. 10여년 동안 꾸준히 한지작업을 해온 전광영(61)씨가 내년 봄 영국 애널리 쥬다 갤러리 초대전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12월18일까지 최근작 30여점을 선보인다.

신작의 느낌은 한층 깊어졌다. 움푹 패인 듯한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먹과 명반으로 칠한 부분은 어둡고 깊숙해 보인다. 작가는 상처와 고난을 의미한다고 했다. 하지만 함몰부만이 아니다. 채석장의 화강암 같기도 하고 노인의 주름진 피부 같기도 한 작품의 표면 전체가 삶의 무수한 질곡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자그만 조각들을 일일이 한지로 싼 뒤 실로 묶어 엮었는데, 100호 크기 평면작품이라도 2만번 이상 손이 가야 한다니 대단히 지난한 작업이다. “방구석에 앉아 하루 13시간씩 이걸 붙이고 있자면 솔직히 내 자신이 가련하고 뭐하고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가끔이라고 했다. 한지 대부분은 고서방 등을 돌며 수집한 70~80년 된 고서에서 뜯어낸 것이다. “한지에 씌어진 논어, 맹자, 법전, 의전, 소설 등을 보면서 그 당시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느낌이지요. 그들의 정신을 싸는 셈입니다”

그는 어릴 적 한의사였던 큰 아버지 댁에 자주 드나들면서 삼각형 모양으로 늘어져 천장에 매달린 한지 약 봉투를 많이 보았다. 바랜 한지 의 글씨와 약 냄새의 기억을 더듬어 이 작업을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안 팔리는 작가’로 살아온 전씨의 인생은 이때부터 바뀌었다. “95년 LA 국제전시회, 97년 시카고 아트 페어 등 해외에서 먼저 인정 받았지요. 처음 ‘뷰티풀’이라는 찬사를 받고 밤잠 못 잔 기억이 나네요.”

한지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이 저마다 살아 숨쉬는 거대한 집합, 그 속에 켜켜이 쌓인 삶과 시간의 느낌이 고스란히 다가든다. (02)735-8449

조윤정기자 yj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