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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레스토랑 영토전쟁 'CEO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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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레스토랑 영토전쟁 'CEO삼국지'

입력
2005.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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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세 영웅 조조, 손권, 유비는 저마다의 독특한 통치 스타일로 난세를 평정해 갔다. “조조는 하늘을 얻었고, 손권은 땅을 얻었으며, 유비는 인심을 얻었다”는 제갈량의 한 마디는 세 영웅이 천하를 거머쥐기 위해 어떤 리더십과 전략을 구사했는지 가늠케 해주는 말이다.

지금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업계에서도 천하를 얻으려는 조조, 손권, 유비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패밀리레스토랑업계를 3분하고 있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이들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삼국지의 세 영웅에 견준다면 누가 조조, 손권, 유비가 될까.

■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정인태 사장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정인태(50) 사장은 전형적인 ‘조조형’ CEO다. 정 사장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1호점의 문을 연 것이 1997년의 일로, 다른 업체보다 2~4년 늦었다. 그가 생존을 위해 쓸 수 있는 전략은 차별화 뿐이었다. 정 사장은 ‘고객들이 식당을 찾는 이유는 배가 고프기 때문’이라는 가장 간단한 논리에서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주는 음식점이 최고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매장 디자인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음식 값을 내리고 양을 늘이는 전략을 썼다. 고객에게 빵을 서비스로 제공한 것도 그가 처음 시도했다.

그리고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려나갔다.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는 ‘이공위수’(以攻爲守) 전략을 쓴 것이다. 2000년 8개였던 매장 수는 이듬해 2배로 증가했고, 2001년에는 두 경쟁업체를 따돌렸다.

올해 오픈한 매장만 20개. 업계 최초로 70호점을 돌파했다. 정 사장은 “외환위기(IMF) 이후 사람들이 외식 비용에서 거품을 빼면서 값싸고, 맛있고, 배부른 아웃백스테이크를 찾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식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대학 시절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했고, 1981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석사 출신 웨이터’로 유명세를 탔다. TGI프라이데이스 창립 멤버로 패밀리레스토랑을 한국에 처음 들여왔고, 지금은 국내 제1의 외식업체 주인이 됐다.

■ TGI프라이데이스 김병홍 상무

TGI프라이데이스(TGIF)를 운영하는 ㈜푸드스타의 김병홍(49) 상무는 ‘손권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981년 롯데칠성에 입사한 김 상무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지휘하는 정책본부에서 외식 담당 이사로 근무하다 올 8월 푸드스타 대표로 급파됐다.

국내 최초이자, 한때 최고의 패밀리레스토랑이었던 TGIF의 위기 극복이 그에게 부여된 주요 임무다. 손책이 암살당하자 그이 동생 손권이 18세의 나이로 오(吳)나라를 맡게 된 것과 유사하다.

푸드스타의 전신인 아시아스타가 1992년 국내에 들여온 TGIF는 99년 홍콩 금융기관인 HSBC에 인수됐다가 2002년 5월 다시 롯데그룹에 인수됐다.

TGIF는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매출과 수익 면에서도 부침을 거듭해 왔다. 김 상무는 “그 동안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직원 사기가 떨어지고 시스템이 붕괴돼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5월 구 경영진이 모두 물러나고, 롯데가 완전히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 만큼 이제부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의 전략은 ‘즐거움을 파는 패밀리레스토랑’이다. 그는 “패밀리레스토랑의 주요 고객이 25~35세 여성에서 15세 이상 청소년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이들은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겁게 식사하기 위해 패밀리레스토랑을 찾는다”고 말했다.

고객의 즐거움 만큼 직원들의 즐거움도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포상금 지급 등을 늘리는 한편, 취임 이후 매일 1곳 이상의 매장을 무작위로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베니건스 문영주 대표

베니건스의 문영주(42) 대표의 경영 철학은 유비의 신중함을 닮았다. 그는 늘 “외형적인 규모를 늘리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레스토랑이 되겠다”고 강조한다.

‘2008년까지 50호점 오픈에 매년 10~20% 성장.’ 문 대표의 목표는 소박하다. 그는 “이 정도가 고객 만족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외형을 늘릴 수 있는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문 대표는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시한다. 베니건스는 올해 문을 연 매장들을 기존 매장과는 전혀 다른 컨셉으로 디자인했다.

모든 매장을 같은 모양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 취향에 맞춰 동네마다 다른 인테리어와 시스템을 갖췄다.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경기 고양시 일산 매장은 칸막이를 많이 하고 주방을 밖에서 볼 수 있게 만드는 등 고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졸업 후 제일기획에 다니던 문 대표는 29세이던 1992년 광고주였던 동양제과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직장을 옮겼다. “젊은 혈기 하나만 믿고 무슨 일을 하든 밀어주겠다던 제의가 신선했다”는 것이 이직 이유였다. 외식업에서 비전을 찾은 그는 서울 강남에 레스토랑을 열었지만 생각 만큼 쉽지 않았다.

3개월 만에 식당 문을 닫고 시스템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베니건스 올랜도 매장에서 6개월간 일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95년 11월 대학로에 베니건스 1호점을 열었고, 현재 전국 26개 매장에서 8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알토란 같은 회사로 키워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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