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의 APEC이 끝났다. 21개국 정상들은 대부분 돌아갔다. 건국 이래 최대 외교행사라는 이번 APEC에 대한 총평은 ‘성공’ 이라고 말하는 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한국 외교의 개가’, ‘부산 시민의 저력’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성과 뒤엔 화려한 막 뒤에 숨어 보이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희생이 있었다. 부산 APEC 성공에 밑거름이 된 사람들을 찾아본다.
車 2부제 준수율 96%… 자원봉사도 빛나군인들 6일간 금정산 기슭서 매복 경계도
첫 손가락으로 꼽아야 할 주역은 다름아닌 400만 부산 시민들. 든든한 지원군이자 협력자로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회의 기간 내내 실시된 승용차 강제2부제의 준수율이
2002년 월드컵이나 부산 아시안게임 때를 훨씬 웃도는 96.4%에 달했다. 또 경호 및 보안을 위해 주요 등산로가 폐쇄되고, 지하철이나 도심에서 수시로 검문검색이 이뤄졌으며, 해운대 일대에는 ‘APEC 전용 도로’가 설치돼 차량 통행이 금지됐지만 큰 불평 없이 묵묵히 따라줬다.
부산 시민들의 자원봉사 열기도 대단했다. 공식 자원봉사자 955명 외에 도시환경 정비 등 직간접적으로 나선 봉사자들은 모두 23만명. 지하철에 배치됐던 3,000여명의 시민안전봉사대는 광안리의 화려한 불꽃축제 시간에도 지하에서 매캐한 공기와 싸워야 했다.
서재덕(66) 대장은 행사가 끝난 후 “보람, 긍지, 감개무량”이라고만 말했다. 세 살 때 뇌성마비를 앓은 지체장애인인 부산 영산대학생 유정욱(22)씨는 부산시청 APEC 지원단에 배속돼 봉사 활동을 펼쳤다.
정상만찬 요리사 150명 동원 '사상 최대'부시, 두루마기 디자인한 이영희씨 칭찬
18일 열린 정상회의 만찬은 그 규모와 화려함으로 화제였다. 각국 정상 부부와 각료, CEO 등 1,000여명이 참석한 만찬에는 20년 이상의 베테랑 주방장 30여명을 비롯해 150명의 요리사의 손길이 있었다. 부산 항만 개항 이래 사상 최대라는 이 만찬을 지휘한 총주방장은 김인환(51) 부산롯데호텔 조리팀장이다.
월드컵 조추첨 행사, 부산아시안 게임 등의 국제행사에서도 만찬 음식 준비를 진두지휘했던 그는 “국제행사에서 한식이 주음식으로 제공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식의 국제적인 맛을 표준화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상회의의 하이라이트는 각국 정상들이 두루마기를 입고 정상선언문을 발표한 장면이었다. 두루마기 디자인은 한복디자이너 이영희(69)씨의 작품인데 꼼꼼히 바느질을 하고 옷을 지은 명장들의 손길이 빛을 발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씨를 불러 “옷이 너무 아름답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또하나 잊지 못하는 장면은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불꽃놀이다. 서울서 열렸던 세계불꽃축제 때 터졌던 폭죽의 네 배에 이르는 양이다. 이 해상쇼를 지휘한 한국화약 이장철 연화사업부 영업기획팀장은 “장비 설치에만 200여명의 기술자들과 15톤 짜리 트럭 17대, 바지선 10척이 동원됐다”고 말했다
‘안전 AEPC’이 되기까지 경호ㆍ안전 요원의 땀방울은 말할 것도 없다. 김세옥 청와대 경호실장을 단장으로 청와대 경호실, 국가정보원, 군, 경찰, 소방방재청 등으로 구성된
APEC 경호안전통제단은 총 5만명의 인력을 활용해 물 샐 틈 없는 경계활동을 펼쳤다. 전국 각 경찰청에서 차출돼 24시간 경계를 펼친 이들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큰 고생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9일 “대테러 및 안전활동이 훌륭했다” 며 국가정보원 경호안전본부장을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정말로 꽁꽁 숨어 있던 사람들이 있다. 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군함을 타고 부산한 14km 밖에서 해상경계 근무를 섰던 군인들, 정상 부인들의 범어사 방문을 위해 금정산 기슭에서 6일 간 매복한 군인들이다. 또 정상들이 투숙한 호텔들이 밀집한 해운대의 하수구와 맨홀 뚜껑을 매일 일일이 점검한 안전요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장내의 인사들
현재현 동양회장 CEO서밋 무난히 소화부산시장 정상숙소·행사들 차질없이 준비
세계 유수의 기업총수들이 모인 최고경영자(CEO)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CEO 서밋에 참여한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CEO 서밋과 APEC 기업인자문회의(ABAC) 의장을 맡은 현재현 동양그룹회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현 회장은 서밋의 정상세션에 참여할 정상들을 직접 섭외했고, 기업인 393명의 서명을 받아 작성한 반부패선언문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했다. 특히 4차례의 ABAC 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업인들의 각종 편의에서부터, 회의 진행, 의견 조율과 건의서 작성까지 모든 일이 그의 손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최 도시 시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관계자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허 시장은 지난해 4월 유치 이후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정상회의장은 물론 정상 숙소와 의전, 교통, 문화행사 등 거의 전 분야를 차질없이 준비했다.
지난해 7월 발족한 부산시 APEC준비단도 이경훈 단장을 비롯한 55명의 직원들도 작년의 칠레 APEC 정상회의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시설, 의전, 대테러 대책 등 행사 준비를 위해 주말도 반납한 채 뛰었다.
물론 APEC 정상회의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APEC 준비기획단 단장인 반기문 외교부장관, APEC 최종고위관리회의 의장인 김종훈 APEC 대사, 최종무 준비기획실장 등의 노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부산=특별취재단 박상준기자 sjpark@hk.co.kr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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