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정치체제로서의 민주주의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 잘 알다시피 이 표현은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마지막 문장의 한 부분이다.
지난 19일은 게티즈버그 연설 14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11월19일, 링컨은 남북전쟁 최대 격전지로 수천 명의 인명이 희생됐던 게티즈버그 전투 현장에 섰다. 이곳에 마련된 전몰자 국립묘지 봉헌식에서 추도 연설을 하기 위해서였다.
▦ 3분이 채 걸리지 않은 연설에는 272개 단어가 사용됐을 뿐이다. 그러나 이 짧은 연설은미국의 건국이념, 남북전쟁의 명분, 민주정부의 원칙이 간결하게 담음으로써 미국사의 기념비적인 문서가 되었다. 동시에 뛰어난 문학작품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예수의 산상수훈에 비교하기도 한다.
이 연설은 천재적인 영감에 의해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심혈을 기울여 다듬은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이 연설을 통해 연방의 분열을 극복, 통합된 나라로 거듭났고 오늘날 초강대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 링컨은 대통령 재직 시에는 별로 평가를 받지 못했고 정적들에 의해 끊임없이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부 분리주의 광신자에게 암살된 뒤에는 극적으로 미화되고 과장돼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가 잘 알려지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의 간결하고 직설적인 표현은 당시 유행에는 맞지 않아 신문들이 “이 무식한 사람의 연설을 누가 써줄 것인가”라고 걱정했을 정도였다. 미국에서는 2009년 링컨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재평가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7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링컨을 입에 올렸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한미간 이견이 있느냐는 질문에 “링컨은 미국의 통합을 이뤄가면서 점진적으로 노예해방 정책을 추진했다”고 답변한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인권 해결을 강조하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과는 달리 점진적·간접적 접근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링컨을 꼽는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자신과 링컨의 유사점들을 부각시켜왔다.
그러나 역시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로 링컨을 꼽는다는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이런 비유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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