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옵티마’ 후속 신차 ‘로체’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많이 판매되는 승용차인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엔진이 같다. 현대차가 독자 개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자동차에 기술이전료를 받고 판 세계적인 ‘쎄타엔진’이 탑재됐다.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을 공유하고 있다면 로체의 성능은 쏘나타와 같다 해도 무방하다.
로체는 그러나 쏘나타가 아니다. 실제 운전을 해 보면 쏘나타에 비해 훨씬 반응이 빠르고 경쾌한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아 가속할 때와 추월 가속시 차가 아주 수월하게 도로를 박차고 내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차별화의 관건은 ‘슬림화’에 있다. 로체의 빈차 중량(2.0 자동 변속 기준)은 쏘나타(1,450㎏)에 비해 55㎏이나 가벼운 1,395㎏이다. 쓸데 없는 군살이 빠지며 날씬해 졌다는 얘기다. 차체 크기도 쏘나타에 비해 다소 작다. 차 길이가 4,755㎜로 4,800㎜인 쏘나타보다 45㎜ 정도 짧고 차 폭도 1,820㎜로 쏘나타보다 10㎜ 적다. 따라서 그 만큼 민첩하다.
로체가 더욱 매력적인 것은 가격의 군살까지 뺐다는 점이다. 배기량 2,000㏄, 수동 변속기를 단 로체 2.0 LX 모델 가격은 1,583만원으로 쏘나타 N20(1,689만원)에 비해 100만원 정도 저렴하다.
배기량 2,400㏄, 자동 변속기를 단 로체 2.4 LEX 모델도 가격이 2,173만~2,619만원으로 쏘나타 F24(2,382만~2,699만원)보다 싸다. 특히 로체는 쏘나타엔 없는 배기량 1,800㏄의 1.8 LX 모델(1,473만~1,547만원ㆍ수동변속 기준)도 있다.
디자인면에선 아쉬운 면도 없지 않다. 각이 둥근 큰 사각형의 전조등을 통해 스포티지-프라이드-로체로 이어지는 기아차의 패밀리룩을 표현한 외부 디자인은 점수를 줄 만해도 실내 디자인은 다소 어설프다. ‘그랜드카니발’과 유사한 계기판, ‘쏘렌토’와 닮은 통풍구 등은 로체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플라스틱과 원목, 메탈 느낌의 소재가 어지럽게 쓰이면서 통일감을 떨어뜨린 점도 흠이다. 쏘나타와 같지만 다른 차인 로체가 쏘나타 시장을 얼마나 잠식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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