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병(病)’인 심각한 무역ㆍ재정 적자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헬멧 한 품목으로 세계 최고의 업체가 된 한국의 한 중소기업과 이를 수입ㆍ판매해 큰 돈을 번 한 미국 회사 오너의 생활양식과 회사 분위기 등을 ‘개미와 배짱이’이야기에 빗대 비교하며 ‘미국 병’의 원인을 지적하는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한국에서 오토바이용 등 스포츠용 명품 헬멧을 수출하는 홍진크라운(㈜HJC)의 홍완기회장과 이 회사의 수입상인 미국 헬멧하우스의 밥 밀러사장은 60세 동갑내기로 돈독한 관계다.
그런데 밀러 사장은 미 남가주의 드넓은 주택에 수영장과 자쿠지, 테니스장까지 갖추고 살고 있다. 명품 자동차 수집광인 그의 차고에는 항상 메르세데스 벤츠 SL500과 BMW X5 등 고급승용차 5대가 서있다. 주 5일 근무에 오후 5시면 땡 퇴근하는 밀러 사장은 수시로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즐기며 상가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 근검하기로 소문난 홍 회장은 3년 된 폭스바겐 파사트를 몰면서 ‘뉴욕 브룩클린(뉴욕의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지역) 아파트’보다 못한 곳에 살고 있다. 홍 회장은 최근 고층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전형적인 미국 백만장자들이 누리는 풍요와는 거리가 멀다.
회사 수입의 10%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홍 회장은 20여년간 출장 외에 장기휴가는 가져보지 못했다. 홍 회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휴가 등 개인적으로 돈을 썼다면 우리 회사가 세계 1등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의 회사 직원 중 가장 적게 저축하는 사람은 수입의 10%를 저축했고 대부분은 60%에 달한다고 WP는 소개했다.
그러나 밀러 사장 회사 직원 중에는 저축하는 사람이 몇 있지만 10%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상당수는 퇴직연금조차 가입하지 않고 있으며 125명 직원 중 80%는 그날 벌어 그날 살거나 연 5만 달러 혹은 10만 달러를 벌어도 수입과 지출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항상 빚지고 살고 있다고 WP는 소개했다.
WP는“미국은 수입하고 소비하고 빌리는 데 주력하는 반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하고 저축하고 빌려주며 살고 있다”며 이 같은 불균형이 미국 무역ㆍ재정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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