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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신선한 '동양화 틀 깨기'/ 차명희·박병춘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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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신선한 '동양화 틀 깨기'/ 차명희·박병춘 展

입력
2005.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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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ㆍ서양화의 이분법은 문화예술 장르간 합종연횡이 거듭되고 있는 21세기 미술계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동양화단의 두 중진 차명희 박병춘이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제시한다. 산수초목을 그리는 대신 기억 저편의 애틋한 순간을 환기하거나 서양화 재료를 사용해 공간을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동양화의 통념적 틀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병춘은 갤러리쌈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낯선, 어떤 풍경’전에서 동양화의 전통 형식과 관념을 깨는 자유분방한 화면으로 관객의 눈길을 잡아 끈다. 대형 화폭 위쪽에 빼꼼하게 하늘을 남기고 아래쪽은 강을 그렸다. 둘 사이 화폭의 90%는 그야말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작가는 모필로 세밀하게 그려넣은 가로 세로 선을 통해 긴 세월 강과 비바람에 의해 퇴적된 단층들을 고스란히 묘사하면서 엉뚱하게도 화면 구석구석에 눈을 씻고 들여다봐야 겨우 찾아낼 만큼 조그만 빨간 우체통, 새파란 수박, 수학여행의 풍경들, 혼자 선 청년, 데이트하는 남녀 등을 그려넣는다.

‘뜬금 없다’ 싶은 사물들의 배치는 그러나 묘하게도 시각이 아닌 기억을 자극하는 힘을 지녔다. 여행 길에서 느닷없이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싶은 충동, 첫 키스의 날카로운 관능, 청년기의 막막한 외로움 등 잊고 살았던 수많은 기억들이 담담한 수묵산수 속에 선명하게 오버랩된다.

‘낯선 풍경’이라는 주제는 (동양화로서는) 낯선 표현기법이라는 의미와 함께, 기억을 환기하고 낯설게 반추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전시는 28일까지. (02)736-0088

동산방과 금호미술관에서 동시에 개최중인 차명희 개인전은 언뜻 서양화, 그 중에서도 추상회화로 보인다. 서양화 재료인 목탄과 아크릴 물감을 갖고 작업한 100호 크기 화면은 온통 흑색과 백색, 회색으로 뒤덮여 있다.

종이 위에 회흑색을 먼저 칠하고 그 위에 흰색 아크릴로 가벼운 터치를 한 뒤 길고 짧은 일정치 않은 선을 긁어냈다. 이렇게 드러난 선들이 무채색의 공간에 적요한 울림을 부여한다. 그 울림은 대자연의 온유한 숨결을 닮았다.

평론가 하계훈씨는 “구체적 형상과 색채를 제거함으로써 점점 더 단순하고 정제된 실제와 마주치게 만든다”고 그의 그림을 평가한다. 화선지나 먹을 쓰지않는다는 이유로 “동양화가 아니다”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작가는 개의치 않는다. “사유의 공간을 많이 내포하는 그림을 그릴 뿐이지요. 동서양화라는 구분에서는 자유롭고 싶습니다.” 전시는 25일까지다. (02)733-5877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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