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교육용 서적이 많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어린이의 흥미를 끌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그러면 반대로 생각해 보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 속에 과학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넣어 본다면?
‘과학자가 다시 쓰는 세계 명작’ 시리즈는 양자전기역학으로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파인먼 교수, 암호해독의 대가로 컴퓨터의 조상 격인 생각하는 기계를 창안한 튜링, 17세기의 과학자로 파동설을 고안한 호이겐스 등 유명 과학자들을 동화 읽어주는 이로 설정했다. 이야기 중간 중간 자연스럽게 과학원리에 대한 설명을 삽입해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파인만이 다시 쓰는 그림동화’의 ‘백설공주’ 편을 보면 사과가 목에 걸려 죽은 줄 알았던 백설공주를 구해낸 왕자는 이렇게 말한다.
“공주님이 먹은 사과가 목에 걸려 있었습니다. 목구멍 속에는 공기가 들어가는 구멍이 있어요. 그 구멍을 기도라고 하는데 기도를 통해 공기는 폐로 가게 되지요. 그런데 사과가 기도를 막아서 공기가 폐로 잘 들어가지 않아 공주님이 숨을 잘 쉬지 못했던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호흡 작용에 대해 깨닫게 된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과자의 집에 들어간 동생 그레텔은 환호하며 “오빠 유리창이 설탕으로 되어 있어서 단맛이 나”라고 말한다. 오빠 헨젤은 이어 의젓하게 설명한다.
“맛에는 네 종류가 있어. 달콤한 걸 먹을 때 느끼는 단맛, 먹기 싫은 한약을 마실 때 느끼는 쓴맛, 레몬을 먹을 때 느끼는 톡 쏘는 신맛, 소금을 잔뜩 넣은 국을 먹을 때 느끼는 짠맛이야.”
친숙하게 과학원리를 설명한 ‘파인만…’과 비교하자면 ‘튜링…’과 ‘호이겐스…’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튜링…’은 추리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암호 해독을 재미 있게 설명한다.
단어 ‘congratulation’에서 각 알파벳의 순서를 두 자리씩 밀어내 쓴 ‘eqpitcvwncvkqp’라는 암호를 만들어내는 ‘전위’ 같은 기법이다. 추리소설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하얗던 종이에 갑자기 글씨가 나타나는 원리도 설명한다.
양피지 종이 위에 산화코발트를 왕수와 혼합해 4배의 물로 묽게 하면 초록색이 되고, 초석에 녹이면 빨간색이 된다. 하지만 식으면 색이 사라지고 다시 열을 가하면 원래 색이 나타난다. 이는 ‘스테가노그라피’라는 은닉 기법이다.
‘호이겐스…’에서 알프스를 넘어가던 트라프 가족은 원작에는 없는 대화를 나눈다. 루이자는 마리아에게 “숨을 쉬기가 어렵다”고 투정하고 마리아는 “조금만 참아라. 높은 산으로 올라가면 공기가 줄어 압력이 낮아지거든. 압력이 낮아지면 귓속 공기의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고막이 떨려서 멍해지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동화 중간 중간에 “여기서 잠깐!”하는 식으로 원작과 다른 에피소드와 대화가 등장해 과학적 설명을 하는 게 다소 뜬금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동화를 처음 읽는 어린이라면 다르다. 자연스럽게 과학 원리를 체득할 수 있다. 초등학교 2, 3학년 층에게 가장 적합해 보이는 책이다.
최지향 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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