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북한 핵 프로그램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9~10월에 일반국민 2,006명과 외교, 안보, 군사 등 각 분야 전문가 52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여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국민 66%는 ‘미국에 대한 주요 위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 핵 프로그램’을 첫 번째 위협으로 꼽았다. 언론계(72%), 외교분야(67%), 안보(66%), 군사(58%) 등에서 활동하는 여론지도층의 대다수도 일반국민과 인식을 같이했다.
북핵 다음으로는 이란 핵 프로그램(61%), 중국의 강대국 부상(52%), 중국-대만간 군사적 충돌(34) 등이 주요 위협으로 인식됐다.
북한은 미국에 가장 위험한 국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일반국민 13%의 지목을 받아 이라크(18%), 중국(16%)에 이어 3대 위험국으로 꼽혔다. 1993년과 2001년 북한을 위험국으로 꼽은 응답이 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4년 간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국민의 74%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믿었다.
특히 외교분야 전문가들의 26%가 북한을 최대 위험국으로 지목해 중국(23%), 이란(21%)보다 높았다. 종교계에서도 북한(19%)을 중국(14%), 이란(11%) 보다 위험한 국가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어느 나라가 미래에 더욱 중요해질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 중국을 1순위로 지목했다. 하지만 한국을 꼽은 의견은 0~4%에 그쳐 인도(11~45%), 일본(11~36%)에 비해 매우 적었다. 또한 안보분야 전문가 14%는 미국의 동맹국들 중 앞으로 중요도가 떨어질 국가로 프랑스(16%)에 이어 한국을 꼽았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 미국인들 사이에서 1970년대 베트남 전쟁과 1990년대 냉전종식 때처럼 고립주의 정서가 급격히 되살아 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국민 42%는 외국의 일은 외국에 맡겨두고 관여하지 말아야 하며 미국의 현안에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 개시 이전인 2002년 12월 당시 실시한 조사에서는 30%만이 이 같은 태도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전쟁과 세계 곳곳의 반미주의 정서 증가로 미국인들이 고립주의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국민의 66%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 등으로 과거에 비해 국제사회에서 존경을 덜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일반국민의 50%는 여전히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46%는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고문도 정당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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