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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절제잃은 자유 그 엄청난 대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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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절제잃은 자유 그 엄청난 대가는…

입력
200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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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자전거 / 매리온 데인 바우어 글. 이승숙 옮김. 내인생의 책.

“그래. 이제 너희도 그 정도 거리는 보호자 없이 갈 나이가 됐지.” 그날 아침, 조엘 아빠는 오랜 망설임 끝에 조엘과 토니의 주립공원으로 가는 나들이를 허락한다. 그러나 아빠는 공원 이외 다른 곳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명예를 걸라고’ 아들에게 다짐하고 아들은 약속한다.

한 동네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태어나 생후 육 개월부터 같이 자라온 토니와 조엘. 쾌활하고 무모한 토니는 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는데 신중하고 침착한 조엘은 그런 그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서 형제처럼 느낄 때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둘은 가까운 만큼 서로에 대한 갈등도 있다.

그날 그들이 끝내 주립공원으로 출발한 것도, 아빠와의 ‘명예를 건’ 맹세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흐르는 강에서 수영을 한 것도 서로에 대한 경쟁의식 때문이었다.

결코 겁쟁이로 보이지 않기 위해 허세와 거들먹거림으로 가장하는 그들, 열네 살 사내아이들. 자유를 누리는 데 뒤따르는 책임을 모르기에 그것에 대한 갈망만 한없이 부푸는 나이. 그러나 아직은 어른의 보호와 위안이 필요한 나이.

거짓말까지 해가며 얻어낸 자유의 달콤함은 짧았고, 그 대가는 너무 컸다. 또 다시 주립공원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올라가자고 할까 봐 아빠와의 약속도 깨고 강에 머무른 조엘과 헤엄칠 줄 모르는 것이 들통날까 봐 시합에 응하고 만 토니. 그리고 토니는 죽었다!

토니의 죽음이 전적으로 조엘의 책임이 아니지만 친구의 죽음의 현장에 있었고 그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한편으로는 그들의 소풍을 반대하지 않은 아빠와 항상 위험을 자초하는 친구에 대한 원망, 친구는 죽었기 때문에 그 결과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에 대한 억울함, 그러나 친구와 보냈던 즐거웠던 시간에 대한 회상 등, 이어지는 조엘의 심리 묘사가 생생하다.

조엘은 자기 앞에 벌어진 상황이 무섭고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망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거나 어른들에게 연락하는 대신 집으로 돌아와 제 방에 숨어버린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를 비난할거라는 생각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마침내 토니 부모님의 심경을 헤아리는 아빠의 말에 사실을 토해내고 함께 죄책감을 가지는 아빠를 보고서야 조엘은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친구를 잃었지만 부정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날 조엘은 좀더 적극적으로 토니에게 반대할 수는 없었는지, 또래로부터의 압박이 십대 청소년들에게 어떤 크기로 다가오는지, 조엘이 강에서 돌아온 후 취한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의 명예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참으로 많은 토론 주제를 주는 책이다. 학급 집단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강은슬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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