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를 잡은 최홍만이 이제 황제 사냥에 나선다.
최홍만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격투기 ‘2005 K-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 8강전에서 네덜란드의 강타자 레미 본야스키와 맞붙는다. 본야스키는 200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이 대회 챔피언을 연거푸 거머쥔 당대 최고의 격투사. 올 3월에 K_1에 데뷔한 새내기 최홍만에게는 버거운 상대임이 틀림없다. 전문가들도 조심스레 본야스키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대회 3연속 챔프를 노리는 본야스키의 필살기는 무시무시한 킥이다. 특히 ‘플라잉 니킥’(점프해서 무릎으로 상대 얼굴을 강타하는 공격) 한 방이면 제 아무리 거구라도 그 자리에서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고꾸라질 정도. 날렵한 몸매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다양한 점프 공격과 발차기로 어네스트 후스트, 레이 세포, 미르코 크로캅 등 최상급 격투사들로부터 백기를 받아냈다. 키가 193cm으로 최홍만보다 25cm나 작아 플라잉 니킥과 하이킥(상대 얼굴을 노리는 발차기) 공격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순발력과 점프능력이 좋고 민첩해 최홍만의 턱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원 출신답게 방어도 꼼꼼해 좀체 허점이 없지만 펀치가 약한 게 흠.
지난 9월23일 오사카에서 열린 K_1월드 그랑프리 파이널 16강에서 ‘야수’ 밥 샙(미국)을 판정승으로 격파한 최홍만. 밥 샙전 승리를 계기로 그는 그 동안 약체들을 상대로 승수쌓기를 즐기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잠재울 수 있었다. 최홍만은 본야스키전을 통해 K_1 무대에서 롱런할 수 있는 입지를 굳히면서 명실상부한 일류 파이터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다.
본야스키의 킥에 맞설 최홍만의 무기는 가공할 펀치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최홍만의 펀치의 위력은 이미 밥 샙전에서 검증됐다. 최홍만은 “스트레이트를 길게 뻗어 공격한다면 본야스키가 함부로 발을 못 쓸 것이다”며 “주먹으로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판정까지 간다면 아무래도 최홍만에게 불리하다며 KO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라고 최홍만에게 주문한다. 특히 무의식 중에 고개를 숙이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턱을 숙일 경우 본야스키의 필살기인 플라잉 니킥의 제물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장외 설전으로만 본다면 두 선수는 현재 무승부다. 선공은 본야스키가 날렸다. 한 TV프로그램에서 최홍만의 실물 크기 모형을 플라잉 니킥으로 처참하게 부쉈던 본야스키는 “최홍만을 K-1에서 퇴출시킬 것이다. K-1이 덩치 큰 선수들로 인해 서커스판이 되선 안 된다”며 최홍만의 심기를 건드렸다. 품위를 잃은 황제의 잇단 도발을 꾹 참아온 최홍만도 폭발했다. 최홍만은 “이제 화가 난다. 본야스키의 웃는 얼굴이 어른거려 잠도 제대로 못 잔다. 그도 밥 샙처럼 검은 콩에 불과할 뿐이다”며 수박만한 주먹을 불끈 쥐며 전의를 불태웠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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