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종 소리도 아니었고 백열등 불빛도 아니었다. 곤한 몸이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을 깨운 건 ‘차박 차박’하며 해변과 속살거리는 파도였고, 천장에 홀로그램을 그려넣는 빛의 일렁임이었다.
바다에 떠 있는, 대나무와 야자수로 만든 방갈로에서의 아침이다. 에메랄드 빛 바닷물에 반사된 아침 햇살이 열린 문을 통해 객실 천장에 파도 모양을 연신 그려넣고 있었다.
은은한 빛으로 맞은 몽환적인 분위기, 발코니로 나가 밑을 내려다 보니 말간 물밑으로 색색의 산호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졸립던눈이 번뜩 떠지는 찬란한 빛이었다. 필리핀 펄팜리조트에서의 아침은 그렇게 눈부셨다.
7,107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 필리핀. 주축이 되는 큰 섬 두 개가 루손과 민다나오다. 북쪽의 큰 섬이 루손으로 필리핀의 중심 도시 마닐라를 품고 있다면, 남쪽의 큰 섬 민다나오의 중심은 다바오다. 항아리 모양으로 움푹 패인 다바오만을 껴안고 있다.
그 다바오만 가운데에 떠 있는 사말섬이 펄팜리조트 등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펄팜리조트가 자리잡은 곳은 진주로 유명한 일본의 미키모토사가 한때 진주 양식장을 운영했던 지역. 다바오시에서 배를 타고 45분을 달려가야 만나는 호젓한 리조트다. 대나무와 야자수 등 천연 재료로 지어진 방갈로를 비롯해 여유로운 전원 풍경을 간직한 허니문의 고급 명소.
오후에 호핑 투어를 나갔다. ‘산호 정원’이라는 코랄가든 지역에 배는 닻을 내렸고 물안경과 오리발을 걸친 일행은 풍덩풍덩 바다로 뛰어 들었다. 산호와 열대어가 빚는 색의 조화에 스노클링의 호흡이 가빠진다.
해질녘 배는 인근 탈리쿠드 섬의 바부산타 해변에 도착했다. 석양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이 섬은 전기도 전화도 없다. 모닥불 피워가며 인공을 배제한 자연의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 야영객들이 찾는 곳이다. 해는 바다 건너 다바오의, 필리핀에서 가장 높다는 아포산(2,954m)이 거느린 구름 속으로 아쉽게 사라졌다. 밤의 장막이 펼쳐지자 발하기 시작한 남국의 별빛. 저 멀리 다바오시의 불빛보다 밝고 찬란했다.
사말섬은 펄팜리조트 밖에도 많은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산호가 지천으로 감싸고 있어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천국이다. 다바오와 10분 거리인 파라다이스 비치를 포함해 20여 곳을 지도는 다이빙 포인트라고 일러준다.
초보자는 가이드와 함께 최대 수심 5m 까지만 내려가는데 빵 부스러기라도 흩뿌려주면 고운 열대어들이 눈앞을 가득 메우는 장관이 연출된다.
다바오의 자랑은 바다만이 아니다. 순수 열대자연이 보존된 천혜의 관광지이며 과일의 천국. 세부가 망고로 유명하다면 다바오에는 ‘냄새는 지옥(인분 냄새), 맛은 천국’이라는 두리안으로 답한다. 다바오가 있는 민다나오 섬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나나를 수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딸로오 산 자락의 에덴 동산 리조트는 다바오 사람들의 휴식처. 더운 나라이다 보니 산 중턱의 서늘한 기운을 찾아 몰려드는 곳. 이 곳에 서면 다바오시와 다바오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다바오(필리핀)=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여행수첩/ 필리핀
필리핀의 화폐 단위는 페소(PHP)다. 요즘 시세로 우리 돈 1,000원은 52~53 페소. 시차는 우리보다 1시간 늦다.
필리핀 남단 민다나오섬의 관문인 다바오까지는 아직 직항 노선이 없다. 필리핀항공이 매일 1회 인천공항과 마닐라를 잇는다.
인천에서 출발 시간은 오후 8시 20분, 마닐라에서 출발은 오후2시 15분. 한국에서 필리핀 간 비행 시간은 4시간 가량. 마닐라에서 다바오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35분 거리다.
내달부터는 다바오 가는 길이 빨라질 예정. 필리핀 항공이 12월 21일부터 인천-다바오 직항 전세기 운항을 시작한다. 필리핀 관광청(www.wowphilippnes.or.kr) (02)598-2290, 필리핀항공(www.philippineair.co.kr) (02)774-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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