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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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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

입력
200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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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전, 이렇게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지면 누구나 따뜻한 것이 그리워진다. 어제 저녁 아내와 함께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 가게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을 보았다.

“아, 호빵이다.” 아내와 내가 동시에 말했다. 평소 먹는 것을 밝히는 사람들도 아니었고, 또 외출해서 저녁을 잘 먹은 다음이었다. 그런데도 찜통에서 김을 모락모락 내며 부풀어 오른 호빵이 그렇게 반갑고도 탐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 이맘때쯤엔 하루 저녁에도 몇 번씩 호빵 광고가 나왔던 것 같다. 호빵 광고가 나오면, 그래, 벌써 계절이 그렇게 되었군, 하고 여길 정도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시중엔 호빵이 계속 나오는데 호빵 광고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겨울 저녁엔 뭐니뭐니 해도 따뜻한 군것질 거리가 최고다. 아주 예전에는 화로에 밤을 묻거나 고구마를 많이 묻었다. 내 고향 강원도에서는 감자도 많이 구워 먹었다. 그러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파는 호빵을 무척 새롭고도 신기하게 바라보았는데, 어느 결에 그 호빵도 추억 속의 간식이거나 군것질 거리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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