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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바야흐로 외교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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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바야흐로 외교시즌이다

입력
200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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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과 12월은 정상외교 시즌이다. 19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제13차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이어 12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한ㆍ중ㆍ일 3국과 아세안 국가들, 그리고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참가하는 최초의 동아시아 서미트가 개최된다. 예정대로라면 12월에는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것이다.

연속적으로 맞게 된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의 비전과 과제를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특히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다음과 같은 현안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첫째, 국제사회가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는 북한 핵 문제 해결 현황과 향후 과제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일관성 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2002년 10월, 멕시코에서 개최되었던 제10차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당시 표면화한 북한의 핵개발계획 폐기를 촉구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정상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2003년 10월 개최된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한다는 점이 공동선언에 포함됐다.

●우리 목소리 낼 절호의 기회

다행스럽게도 지난 9월 19일, 제4차 베이징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다. 그리고 그 구체적 실행과제를 협의하기 위한 제5차 회담이 지난 9일부터 시작됐다.

우리는 이러한 성과들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1991년 남북이 합의하였던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의거하여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허용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재천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에도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 관계국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둘째, APEC 정상회담은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1994년 인도네시아 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달성한다는 ‘보고르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2003년 10월, 태국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 한일 양국은 2005년까지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다는 목표로 정부 간 교섭을 개시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한일 간 FTA는 2005년이 저물어가는 현재까지 체결 여부가 불분명하다. 무역자유화에 대한 국내적 합의 형성도 난관에 봉착해 있다.

경제규모 세계 10위 권의 국가로서 무역자유화 및 개별 국가와의 FTA 체결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비전을 책임감 있게 국제사회 및 해당국가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동아시아의 평화질서 구축을 위한 한국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2001년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는 반테러 선언이 있었다.

또 2003년 10월 개최된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에서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및 3국 간 안보 대화 강화, 그리고 군축관련 협력 강화 등이 공동선언에 포함됐다.

●공감 얻을 메시지 담아야

동아시아 내의 점증하는 민족주의 및 군비경쟁의 양상을 고려할 때 한국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추가적인 의제들을 주도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태평양전쟁 종전 60주년을 맞아 다시는 동북아에 전쟁 재발을 방지하고, 지역 내 현안은 상호 대화로 해결해 간다는 동북아판 부전(不戰) 선언, 혹은 공동평화선언 채택을 일본과 중국, 나아가 북한과 대만에 제안하면 어떨까 싶다.

외교는 나라를 살리기도 하고, 망국으로 이끌기도 한다. 을사늑약 100주년을 맞는 이 아침에, 아무쪼록 정상회담에서 발신될 우리의 외교 메시지에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 담기기를 기원한다. 이것이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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