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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등쌀… 宗家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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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등쌀… 宗家가 위험하다

입력
200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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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찾아 드는 도둑들 때문에 귀한 유물과 문서들을 숱하게 잃어버린 것은 물론, 노모의 신상까지도 위협을 느꼈을 정도입니다.”

퇴계 이황을 배출한 가문인 진성이씨(眞城李氏) 대종손 이세준(李世俊.58)씨가 18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옛 종가를 찾아서’ 전시회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고택 문화재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버지를 일찍이 한국전쟁 중에 잃고, 82년 할아버지까지 여읜 뒤 경북 안동시 대지 760평에 달하는 그의 집(경북도 민속자료 72호)은 그야말로 전국 도둑들의 표적이 됐다.

“더구나 제가 직장 일로 집을 떠나 노모 홀로 종가를 지키게 된 뒤 이후로는 큰 도둑만 무려 17번이나 들었습니다. 좀도둑은 셀 수도 없지요. 방문의 문고리 언저리는 문살이고 뭐고 성한 곳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문화재 전문털이들의 수법은 대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희귀한 문건 등을 한 방에 모아놓고 대못으로 단단히 밀폐해 놓았더니 집 벽을 아예 허물어 구멍을 냈고, 어떤 날은 다락방 문짝을 통째로 떼어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집을 지키던 개도 독살됐다.

조선시대 호적으로 가장 오래됐다는 7세조 호군공(1476~1539)의 호적단편과 분재기(재산분배 문서)를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문에 보도된 며칠 뒤에는 호군공의 산소가 도굴범들에 의해 완전히 들어내졌다. 도굴범들은 무덤 방바닥까지 파헤쳤다. 이씨가 가장 가슴 아파하는 일이다.

덩달아 좀도둑들도 들끓었다. 종택을 구경한다는 구실로 들어와서는 대청, 마당, 마루밑 등 온 집안을 뒤져 골동품인 듯 보이는 물건들은 몽땅 쓸어갔다. 이 바람에 신주단지, 사당 기물, 독까지 사라졌다.

결국 견딜 수 없어진 이씨는 서울의 원로 종친들을 찾아 다니며 유물관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집안에 두었다가는 그나마 남은 문화재들도 지킬 수 없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종친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자 2000년 8월 서울역사박물관(옛 경희궁 터)에 남은 고문서 등 2,000여건의 문화재를 기증했다. “종가의 유물은 해당 가문 뿐 아니라 우리 민족 공동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도난, 분실 없이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진성 이씨 종가의 기증품 중 엄선된 110점이 공개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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