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APEC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18, 19일 열리는 정상회의다. 21개국 정상들은 이틀 동안 두 시간씩 두 차례 회의를 갖고 두 번의 식사를 함께 한다.
정상들의 만남은 18일 오후 2시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 건물 입구에서 시작된다. APEC 회의의 관례에 따라 의장국인 우리나라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와 정상들을 영접한다.
정상들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1분 간격으로 도착하는데 APEC기획단측은 시간을 맞추는 연습을 수없이 해왔다. 정상들은 에스칼레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가 원형 테이블에 앉는다.
중앙에 노무현 대통령이 앉고 그 왼쪽에는 전년 개최국인 칠레의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 오른쪽에는 차기 개최국인 베트남의 쩐 득 르엉 국가주석이 앉는다. 나머지 정상들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시계 방향으로 배치된다.
회의장에는 일체의 배석자 없이 정상들만이 참석하며 동시통역이 이뤄진다. 회의장 벽면은 자수명장 윤희순씨의 작품인‘일월오봉도’ 비단 병풍이 장식된다.
회의는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말 뒤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 ‘무역자유화의 진전’이란 주제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지원, 보고르 목표 달성 노력 등이 논의된다.
정상들은 회의 후 이동해 컨벤션홀에서 APEC기업인자문회의(ABAC)측과 1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눈 뒤 1층으로 내려가 ‘IT 강국 대한민국’의 면모를 알리며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IT 전시장을 관람한다.
이어 저녁 7시 30분부터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만찬이 열린다. 벡스코 제1전시장 1,330평을 모두 사용하는 만찬에는 각국 정상, 부인, 각료, CEO 등 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
요리사 100명에 서빙 인력이 3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의 연회라고 한다. 만찬 메뉴는 ‘약이 되는 아름다운 한국음식’이란 주제로 맛과 영양뿐 아니라 시각까지 고려한 전통 한식이 준비된다.
먼저 전식으로 가리비를 곁들인 수삼샐러드와 소화에 좋은 밤죽이 오르고 주요리로 궁중음식인 너비아니와 함께 대하구이, 자연송이가 나온다. 진지상으로는 영양밥과 신선로가 마련되고 김치, 백김치, 장조림, 나물, 부각이 기본 반찬으로 나온다.
후식으론 경단과 과일, 최종 마무리로 석류알을 띄운 유자화채가 나온다. 건배주는 부산에서 생산되는 상황버섯 약주인 ‘천년약속’이, 후식주로는 전라도에서 생산되는 보해 복분자주가 선택됐다.
만찬 그릇으로는 도금 처리된 십장생 등 전통문양이 새겨진 자기류가 사용된다. 만찬장에서는 테너 임태경, 명창 안숙선, 소프라노 조수미, 가수 보아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다음날인 19일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동백섬 누리마루하우스에서 열린다. 조류인플루엔자(AI), 테러 등의 인간안보 및 반부패 분야에 대한 방안이 논의된다.
정상들은 회의를 마친 후 2층에서 양식으로 준비된 오찬을 함께 하며 자유로운 대화를 나눈다. 이 자리에는 정상들만이 참석한다.
이어 동백섬 특정 지점을 배경으로 두루마기를 입은 정상들의 공식 사진촬영이 있고, 광안대교가 보이는 바다쪽으로 이동해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선언문을 발표하면 APEC은 대미를 장식한다. 정상들은 여기서 헤어진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정상들의 이모저모
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7일 부산 해운대는‘글로벌 서미트’장이었다. 마치 유엔본부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날까지 부산에서 벌어진 양자 정상회담 횟수는 무려 16번이었다.
내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 중인 르엉 베트남 주석은 이날 3 번, 18일 4번 등 모두 7번의 정상회담을 소화한다. 다자외교의 현장에서 서로 외면하는 사례도 있다.
중국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로 정상회담은 물론 외교장관 회담을 거부했다. 또 일본 출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에 대한 페루 당국의 수사 문제로 일본과 페루 정상 간 관계도 껄끄럽다.
17일까지 부산에 도착한 정상은 17개국. 18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일본 총리, 폭스 멕시코 대통령,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 등 네 명이 마지막으로 온다. 정상 대부분은 전용기나 전세기 등 특별기로 도착했으며 필리핀, 홍콩, 대만 등 몇 개국은 민항기를 이용했다.
동부인하지 않은 정상은 8명. 이혼하고 혼자 사는 고이즈미 총리와 지난달 사별한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 등이다. 여성 정상인 클라크 총리와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퍼스트 젠틀맨(남편)’을 대동하지 않았다. 정상 부인들은 범어사나 박물관 방문 등 주로 문화행사, 관광에 시간을 보낸다
정상들이 묵고 있는 해운대 호텔에는 경비가 삼엄하지만 취재진이 들어갈 수는 있다. 호텔 주변에서는 정상들의 동정에 관한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에 대한 정상들의 높은 관심이다.
A국 정상은 호텔측에 러닝머신 설치를 요구해 2,000만원 상당의 고가 장비가 급히 놓여졌으며, B국 정상도 운동기구인 사이클을 설치했다고 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아침에 해운대 해안가를 따라 조깅을 했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확인이 되지 않는다.
취재진의 최고 관심은 역시 부시 미 대통령. 그가 머무는 호텔 전체는 미국대표단이 통째로 쓰고 있는데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일반 객실 10개 크기인 91.6평. 호텔측이 14억원을 들여 초호화 객실로 재단장했다고 한다.
해운대 일대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안전지대인 ‘그린 존’을 방불케 했다. 이 일대에는 3만명의 경찰들이 깔렸고, 이날 오전 9시부터 일반 차량의 통행이 금지되는 ‘APEC 전용도로’가 운용됐다.
부산과 한반도에서는 미국의 세계적인 도ㆍ감청 시스템인 ‘에셜론(Echelon)이 가동되고있다는 설도 나돈다. 테러에 가장 민감한 미 정보기관이 하루 30억건의 통화를 감청할 수 있다는 이 장치로 테러 용의자들의 동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특별취재단 박원기 기자 one@hk.co.kr
■ "오늘·내일 10만명 시위"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8일과 19일 부산에서 국내외 반APEC 단체들과 경찰의 충돌이 우려된다. 반APEC 단체들은 18일과 19일 10만명이 모이는 집회를 연 뒤 정상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겠다고 밝혔고 경찰은 원천봉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PEC 반대, 부시 반대 국민행동’과 부산시민행동 등 반APEC 단체들은 18일 오후 4시 수영강변도로 수영1호교와 수영3호교 사이 지점에 집결, ‘반 APEC 범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집회에 10만여명이 모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1차 정상회의장인 벡스코까지 거리행진을 시도할 계획이다.
앞서 이들은 오전 9시 부산대 앞에서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부시 미대통령 체포결의대회’를, 낮 12시부터 광안사거리 등지에서 전국노동자대회, 전국농민대회, 여성대회 등 6개 부문별 집회를 연 뒤 수영강변도로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들은 19일에도 해운대 일대에서 대규모 2차 집회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경찰의 시위 원천봉쇄 방침은 변함이 없다. 경찰은 1, 2차 정상회의장과 정상숙소가 밀집한 해운대 반경 1.5㎞를 특별치안강화구역으로 지정, 불법 과격집회를 원천 차단키로 했다.
부산에 파견된 203개 중대 가운데 경호, 시설경비 등 필수인력(63개 중대 7,000여명)을 제외한 140개 중대 1만 6,000여명을 투입해 시위상황에 따라 물대포 등을 사용해 강제진압한다는 방침이다.
부산=특별취재단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