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을까.”
스웨덴전(12일)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16일)을 지켜본 축구팬들은 한결같이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역량에 경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킬러부재의 답답한 한국축구를 펄펄 날던 2002년 월드컵 당시의 팀으로 단숨에 변모시켰기 때문이다.
세 차례의 평가전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17일로 취임 50일을 맞은 아드보카드 감독의 무엇이 이 같은 변화를 가져왔을까. 거스 히딩크 감독시절 코치를 지낸 핌 베어벡 코치와 홍명보 코치의 역할이 적지 않았겠지만, 아드보카트 감독 특유의 지도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엔도르핀 리더십
“와우! 새로운 시도야. 잘했어.”
시간과 약속 엄수 등 규율과 원칙을 강조하는 아드보카트 감독은 훈련 때는 확 달라진다. 짧고 굵은 훈련 속에서 선수들이 실수할 때에도 무섭게 생긴 외모와 달리 질책 보다 칭찬을 앞세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또 선수들의 위치선정이나 움직임은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이 덕에 선수들은 자신의 임무를 알고 훈련 때나 경기장에서 쭈뼛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플레이를 전개, 이전에 비해 집중력이 크게 좋아졌다. 이영표도 “선수들이 정신적인 면에서 많이 달라졌다”며 “감독의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지휘로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팀을 처음 맡았을 때 자신감을 끌어 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략과 전술은 족집게 강사처럼 선수들에게 철저히 주입시킨다. 경기 당일에는 선발 출장 선수 전원에게 포지션과 전략을 메모지로 적어 일일이 나눠주는 한편 라커룸에도 붙여놓고 숙지하도록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세르비아전 때에도 라커룸에 3가지 유형의 세트플레이 작전도를 그려놓고 시뮬레이션까지 하는 등 치밀한 면모를 보였다.
“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신문선 SBS해설위원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매 경기를 치를 때마다 확실한 평가목표와 전략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전이었던 이란전(10월12일)이 국내파의 기량을 테스트하는 무대였다면 스웨덴과 세르비아전에서는 해외파를 나눠 투입하며 전력을 점검했다. 세 경기 모두 똑 같은 3-4-3 포메이션을 썼지만 돌아가면서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유도했다.
특히 조원희와 이호 등 신예 스타를 발굴, 새 바람을 불어넣는가 하면 경기 때마다 박지성의 자리를 이동시키는 묘수로 유럽파들도 더 이상 붙박이 주전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박주영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임 감독과 전술상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선수들로 하여금 뭔가를 위해 뛰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홍명보 코치도 “팀 전체에 목표를 제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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