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인감 날인을 하지 않고 통장을 재발급해 주는 바람에 금융사고가 났다면 금융회사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17일 충남 아산의 모 아파트 입주자 대표 김모씨가 “농협이 인감날인 없이 통장을 재발급하는 바람에 예금 불법 인출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며 농협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농협이 사고금액의 50%인 4,7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6월 아파트관리비 예치통장 여백이 모자라 새 통장으로 발급받을 때 거래 인감을 갖고 있지 않았으나 “나중에 도장을 갖고 오라”는 농협측의 양해에 따라 거래인감 날인란을 비워놓은 채 발급받았다.
그러나 7월 관리사무소에서 이 통장은 도난 당했고, 범인은 비워놓은 인감 날인란에 자신이 준비한 도장을 찍어 아무런 의심 없이 9,400만원을 인출할 수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 규정상 거래인감 날인 없이 통장을 재발급했을 때는 예금지급 정지조치를 해 놓아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범인이 통장 비밀번호를 정확히 알 정도로 비밀번호 관리를 소홀히 한 점도 있으므로 김씨도 50%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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