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청준(66)씨가 지난 주말 전남 장흥군 진목리 생가를 찾았다. 건물만 덩그러니 복원해놓아 예제서 말들이 있던 터에 군 문화원에서 작가 사진이며 이력, 작품 조형물로 뜰과 안방 등을 단장, 주민들과 점심이나 나누자며 작가를 초대한 것이다. 생가 마루며 마당을 닦고 쓸며 소설 공부도 한다는 장흥군 환경지킴이 회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작가의 문학적 원형질이라 할 만한 ‘어머니’ 테마의 작품 5편을 묶은 소설집 ‘눈길’(열림원)도 때 맞춰 새롭게 복간됐다. 체험을 바탕으로 “어머니와 아내와 함께 셋이서 쓴 소설”이라고 했던 표제작 ‘눈길’의 무대가 된 집. 빚에 집이 넘어가기 전 객지에서 공부하는 아들(작가)에게 마지막 더운밥을 해 먹인 뒤 새벽길 배웅하고 혼자 되밟아 오던 새벽 눈길. “오목오목 디뎌온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왔제.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히 지내거라.… 눈앞이 가리도록 눈물을 떨구면서.”
돌아와서는 어머니의 언 몸 녹이던 바로 그 집이다. “이미 군청 재산인데 내가 들락거리면 제 집처럼 여긴달까 봐 걸음하기 불편했는데, 그렇게 꾸며놓으니 더 자주 가고 싶어져요. 큰일입니다.” 그는 겸연쩍게 웃었다.
고향 후배 화가 김선두씨와 이번에 낸 산문집 ‘머물고 간 자리 우리 뒷모습’(문이당) 등 그가 즐겨 써왔고 쓰게 될 고향과 고향 사람들 이야기의 풍경이 한결 풍성해질 모양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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