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수ㆍ합병(M&A) 시장의 대어급 매물로 꼽히는 외환은행과 LG카드 매각 공고가 12월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함에 따라 기존 M&A 구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6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환은행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인수전에는 영국계 HSBC가 한때 관심을 보였다가 포기했으며, 지금은 하나금융지주가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공개 표명한 상태다.
강 행장은 “그동안 내부역량 강화에 집중하다 보니 외부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경쟁환경에 중요한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전은 하나금융 단독 드리블에서 국민은행과 하나금융간 2파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홀딩스가 최근 외환은행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하나은행 대주주인만큼 하나금융과 공동으로 인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회원수 960만명으로 업계 2위인 LG카드 인수전도 가열되고 있다. 이미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LG카드 인수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최근 씨티그룹이 뛰어들어 3파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본사의 고위 임원들이 직접 방한, 정책 당국자들을 상대로 “외국자본을 차별 하지 말라”며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하나은행 등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나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형 은행들이 이번 M&A에 목을 매는 이유는 거물급 매물을 손에 넣는 순간 업계 선두권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자산규모는 6월말 현재 104조원으로, 국민(198조원) 신한금융(조흥포함해서 189조원) 우리금융(146조원)보다 한참 뒤쳐지지만, 외환은행만 인수하면 단번에 업계 2위가 된다.
지주사 체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외환업무와 카드 분야에 강점이 있는 외환은행과 LG카드와의 M&A는 기존 은행들에게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는 훌륭한 무기이기도 하다.
국민과 하나는 외환업무에 약점이 있으며, 우리금융은 카드부문 시장점유율이 5.4%에 불과하다. 신한금융도 조흥은행과의 합병이 예정돼 있는 만큼, 외환은행보다는 회원수가 엄청난 LG카드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인수자금이다. 시가총액이 8조원에 달하는 외환은행의 경우 코메르츠은행과 수출입은행 지분을 합하면 인수대금이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LG카드도 시가총액이 4조8,000억원에 달해 지분 50%를 인수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해 3조원 가량 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가는 당장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때문에 현재 거론되는 금융사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공동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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