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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의 미디어비평] 대통령의 미디어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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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의 미디어비평] 대통령의 미디어관리

입력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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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힘없는 남부 아칸소주 주지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1992년 대통령 취임 이후 수도 워싱턴의 제도권 신문과 방송으로부터 다소 한대를 받았다.

취임 후 100일간은 웬만한 대통령의 시행착오를 야당과 언론이 눈감아 준다는 이른바 밀월기간조차 언론은 클린턴 주변 인사의 스캔들을 폭로하며 괴롭혔다. 이때 클린턴의 백악관 참모들의 선택은 제도권 언론을 피해 대안 미디어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찾은 곳은 케이블 텔레비전 음악 채널인 M-TV와 토크 라디오였다. 대통령이 M-TV에 출연해 색소폰을 불고 토크 라디오에서는 정치적인 얘기뿐 아니라 개인사를 스스럼없이 털어놓아 국민과 눈높이를 맞췄다. 토크 라디오에는 부인 힐러리도 가세했다. 시민들과의 대화 모임에도 자주 나타났다.

처음에는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신세대형 대통령이 새로운 유형의 대통령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익숙한 워싱턴 문화를 고집하는 제도권 언론에 적절히 대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뉴미디어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2년이 못돼 미국인들은 여기 저기 중소 규모의 미디어에 대통령이 자주 출연하는 모습에 식상했다. 참모들은 대통령의 미디어 과다노출 문제를 직감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미디어 이용 방식이 바뀐 것은 취임 2년 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크게 패해 정치 여건이 여소야대로 바뀐 직후였다.

대통령이 국가의 주요 정책과 이슈를 추진하는데 어찌됐든 신문과 방송 등 제도권 언론과의 관계가 여전히 중요했던 것이다. 클린턴은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 행정부에서 일했던 공보 전문가까지 등용하면서 전통적인 언론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96년 재선에 성공한 클린턴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엉성했던 공보조직을 재정비하여 체계적인 미디어와 이슈 관리에 나섰다.

다수당인 공화당과 정치적 협상과 타협을 통한 복지정책 등 민생 현안의 타결, 그리고 전례 없는 호황은 클린턴의 지지도를 거의 70%까지 끌어 올렸다. 임기 후반 치명적인 르윈스키 성추문으로 인한 탄핵으로부터 클린턴을 구해낸 것도 높은 지지도와 개선된 언론 관리였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반을 넘어섰다. 지난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적은 지금, 노 대통령은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관리(management)와 관련된 세 가지 위기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념이든 정파든 정체성이든 노 대통령의 모든 문제는 관리의 위기로부터 비롯됐다.

첫째, 노 대통령이 무슨 정책 이슈를 추진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이슈 관리의 부재 위기이다. 불쑥불쑥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이슈들이 등장해 국민들은 헷갈린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지역균형발전, 부동산, 교육 등 세가지 정책만 착실히 추진하기에도 2년여 시간은 부족하다.

둘째, 지지도 관리의 위기이다. 대통령은 지지도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과 커뮤니케이션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지도는 어찌됐든 대통령 커뮤니케이션의 성적표이고 정치적 자산이다. 국민의 지지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통령이 언론과, 궁극적으로는 국민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이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계획되고 관리되지 못한 대통령의 실언이 너무 자주 기사화됐다. 담화 등 쉬운 방식으로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펼 수 있는 데도, 방송사 대담이나 청와대 사이트에 글을 게재함으로써 불필요한 논쟁의 불씨만 지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통령이 토론장이 아니라 감정의 분출구에 지나지 않는 게시판에 댓글을 다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의 자기비하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대통령이 인터넷 미로에서 벗어나 신문과 방송의 광장으로 나올 때이다.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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