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남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 군립공원. 1982년 첫 발견 이후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대로 꼽히는 곳이다.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를 따라 오르면 높이 24m의 공룡 탑이 눈에 들어온다. 고성공룡박물관(055-670-2825)이다. 평일인데도 학생들로 북적인다.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3,400여평인 고성공룡박물관의 규모는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비한다면 정말 보잘 것 없다. 하지만 개관 1년의 성공은 눈부시다.
최은숙 관장은“1년간 52만명이 방문해 입장료 수입 8억원, 기념품 판매 매출만 5억원의 수입을 올렸다”며 “5월5일에는 하루에만 7,881명이 입장해 최다 방문객 기록을 세웠는데, 특히 고성이라는 지역 브랜드를 알린 효과는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 관장의 자랑에서 “이 시골에 누가 오겠느냐”던 일부의 우려가 “더 크게 지을 걸 그랬다”는 후회로 변했을 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해 한려수도의 풍광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고성공룡박물관. 미리 알고 가면 더 즐거운 관람 포인트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임종덕 BK연구교수로부터 들어보자.
중앙홀의 서스펜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중앙홀. 먼저 이 곳에 있는 공룡들의 격투 장면을 해석할 줄 아는 게 좋다. 앞발을 든 키 큰 공룡은 ‘클라멜리사우루스’라는 초식공룡이다.
언뜻 보면 이 공룡이 공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앞쪽의 작은 ‘모놀로포사우루스’가 클라멜리사우루스를 잡아먹으려는 것이다.
상공을 날고 있는 익룡 3마리도 눈여겨 보자.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익룡의 크기는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 3마리 익룡 중 가장 큰 ‘퀘짤코아틀루스’가 지구에서 발견된 최대 크기다. 주위의 작은 익룡들은 ‘테라노돈’과 ‘쭝가리테루스’다.
진품과 모형 구분
박물관에서 유리관 안에 든 것은 모두 진품 화석이다. 1전시실 끝에는 ‘오비랩터’진품이 있다. 오비랩터는 알을 훔쳐먹는 공룡으로 알려져 있다.
진품은 색이 바래고 깨진 구석도 있어 볼품은 없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1억년 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5전시실의 삼엽충, 고사리, 암모나이트 등 화석은 모두 진품이다.
발자국 주인은 누구
박물관 출구에서 약 2,000점의 공룡 발자국이 남아있는 상족암군립공원으로 나가기 전에 발자국의 주인이 누군지 예습해 두자.
먼저 새처럼 3갈래로 갈라진 발자국에 뾰족한 발톱자국이 보인다면(물론 이렇게까지 선명한 발자국은 드물지만) ‘티라노사우루스’같은 육식성 공룡(수각류)의 흔적이다. 이 수각류 공룡은 앞발이 날개가 돼 새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발자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발톱 자국이 없고 뒤꿈치가 뭉툭한 발자국은 ‘이구아노돈’과 같은 초식성 공룡(조각류)의 것이다. 발가락이 5개여서 둥그런 발자국을 남기는 것은 ‘아파토사우루스’와 같은 용각류로, 몸집이 커서 앞발까지 땅에 대고 4족 보행을 했다.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공룡의 뼈가 구조를 보인다면 발자국은 그들의 행동을 보여준다. 같은 크기의 3갈래 발자국이 좌우로 약간 벌어진 채 진행되는 보행렬을 발견했다면 몇천년 전 산책 중인 이구아노돈을 상상해보자.
그러나 보폭이 더 크고, 일직선에 가까운 발자국이라면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떠올릴 수 있다. 보폭이 좁다고 작은 공룡일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네발로 걷던 거대 초식공룡은 지금의 코끼리가 그렇듯이 몸집이 커도 보폭은 수십㎝에 불과하다. 오히려 발자국 크기가 몸집을 가늠케 한다.
길이가 1m에 가까운 발자국은‘브론토사우루스’나 ‘브라키오사우루스’와 같은 거대 용각류의 것으로 몸길이 30m, 무게 30톤에 달한다.
고성=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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