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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도국 목소리 안나는 A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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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도국 목소리 안나는 APEC

입력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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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농산물시장 개방을 우리나라가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16일 부산에서 산자부 주관으로 열린 APEC 투자환경설명회. 한 동남아 국가 대표로 참석한 여성 기업인은 “시장개방 반대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는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념조차 잘 모르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보다는 그나마 준비가 된 편”이라고 말했다.

APEC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선진국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외교ㆍ통상합동각료회의가 올해 정상회의서 ‘도하개발어젠다(DDA) 특별성명’을 채택키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성명은 농산물수입국 등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DDA 농업협상을 선진국 주도로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미국 등의 입김이 반영된 이 성명의 내용은 의장국인 우리 각료의 입을 통해 나왔는데, 정작 우리나라가 걱정이다. DDA 협상에서 ‘강한 개방론’(미국)과 ‘덜한 개방론’(유럽연합)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속한 G33국가(개도국그룹)의 입장은 고려 대상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대외적으로 쌀 관세화 유예 협상을 오래 전에 끝내놓고도 아직 비준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딱한 내부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APEC이 추구하는 모토는 “선진국과 개도국, 그리고 최빈국이 모여 경제 현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달리 APEC은 경제규모가 천차만별인 나라들을 한데 어우르는 독특한 국제기구다.

이 같은 성격에 맞게 자유무역 촉구 뿐 아니라 그에 따른 개도국 경제보호 방안을 정상 선언에 담는다면 APEC, 나아가 ‘부산 로드맵’이 더 빛나지 않을까.

김신영 경제부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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