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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제사와 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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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제사와 시제

입력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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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은 저마다 시제의 추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제사는 집안 어른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제사’와 어느 특정한 날에 지내는 ‘시제사’가 있다. 우리집도 제사가 많은 편이었다. 사대봉사를 하는 경우 대략 여덟 번의 제사를 지낸다. 그리고 4대가 넘어가면 제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합동시제로 넘어간다.

다른 제사와 달리 시제를 지낼 때엔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모든 참석자에게 가래떡을 나누어 주었다. 떡국용 가래떡보다 훨씬 굵어 꼭 우리들의 팔뚝 크기만 했다. 학교가 끝난 다음 다른 집안 시제에도 떡을 얻으러 몰려다녔다.

문중의 큰 시제 같으면 이틀 전부터 먼 곳의 손님들이 오기 시작해, 그날 백여 명의 집안사람들이 시제청 앞에 모였다. 어쩌면 그것이 농경시대 씨족모임의 마지막 풍경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엊그제 문중의 큰 시제를 지냈는데 여남은 명 정도 모인 사람 모두 환갑이 훨씬 지난 어른들이고, 젊은이와 아이는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시제 음식이라고 따로 아들 집에 떡을 보내주셨다. 옛날엔 시제가 한 집안의 축제 같았는데, 지금은 떡을 받고도 쓸쓸한 느낌부터 먼저 들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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