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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자생력 잃은 대중음악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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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자생력 잃은 대중음악 어디로…

입력
2005.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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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요계의 최고 인기곡은 에픽하이의 ‘Fly’다. 이유? ‘Fly’가 MBC ‘쇼! 음악중심’의 1위 곡이기 때문이다. 현재 ‘쇼! 음악중심’은 지상파TV에서 유일하게 리서치, 방송순위, 음반 판매, 이동통신사 음원 쇼핑몰의 디지털 싱글 판매량 등을 종합해 순위를 발표한다. 물론 ‘쇼! 음악중심’의 순위 집계도 순수한 음원 수익뿐 아니라 표본집단 여론조사를 포함시킨 것이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쇼! 음악중심’을 제외한 요즘의 가요 차트들은 가요계의 흐름을 전혀 전달하지 못한다. 100만은커녕 10만장을 판매하는 가수도 손 꼽는 요즘 음반 판매량만을 기준으로 한 차트는 음반을 많이 파는 가수의 순위밖에 되지 않는다.

또 시장의 중심이 되어가는 디지털 음원은 어디서도 전체 판매량을 알 수 없다. 다만 디지털 음원 판매 사이트들이 제각기 인기 순위를 집계해 종종 사이트마다 1위곡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인기곡의 의미 자체가 모호해진다. 정확한 차트 하나 없이 인터넷 음원 쇼핑몰을 능숙하게 이용하고, 컬러링과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쉴새없이 바꾸는 한정된 음악 팬에 의해 인기도가 결정될 뿐이다.

음반 판매가 중심이 됐던 시절에는 음반만 많이 팔면 방송에 나오지 않아도 톱스타가 됐지만, 인기에 대한 어떤 합의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요즘에는 대중의 주관적인 체감도가 곧 그 곡의 인기도가 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TV나 언론매체의 홍보가 중요하다. 올해 연이어 히트곡을 터뜨린 김종국의 인기는 ‘X맨’을 비롯한 TV 버라이어티 쇼 출연이 바탕이 됐고, CF 삽입곡인 ‘애니클럽’은 CF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로 순식간에 인기곡이 됐다.

노래가 노래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렵고, 오락 프로그램, 드라마, CF 등을 통해 대중에게 들려야 인기곡이 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수만 하는 것보다 가수와 연기를 병행해야 음원도 더 잘 팔린다. 그만큼 요즘 대중음악은 과거보다 더 방송사나 대기업의 영향력에 크게 휘둘리고, 이 때문에 대중이 접하는 음악의 종류와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물론 정확한 차트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어디서도 음원의 판매량조차 정확히 집계할 수 없고, 단 하나의 대자본만 움직여도 판도가 바뀌는 현재의 대중음악 시장은 한국 대중음악의 ‘영세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조금 더 지나면 대중음악이 TV에 종속된 장르가 되는 건 아닐까.

이미 가수들을 가요 프로그램보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훨씬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 후엔 가수란 직업이 연기자의 ‘부업’ 취급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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