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의 ‘결별 선언’ 이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미국측의 비토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황 박사의 세계줄기세포허브에 참여할 계획을 밝혔던 미국의 연구기관들은 섀튼 교수의 입장이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된 지 불과 이틀 만에 황 박사와의 협력 중단을 잇따라 선언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사태 초기만해도 황 박사측은 이번 파문을 섀튼 교수의 돌발 행동으로 치부했다.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도 14일 “많은 외국 연구진이 섀튼 교수의 돌발적인 결별 선언에 의아해 하고 있다”며 “우리와 공동연구를 논의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 연구그룹에서는 이번 건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우리측의 기대는 바로 그 캘리포니아 지역의 ‘퍼시픽불임센터(Pacific Fertility Center. PFC)’와 ‘어린이 신경생물학치료재단(Childrens Neurobiological Solution Foundation.CNSF)’ 등의 전격적인 협력 중단 선언으로 무너졌다.
지난 1월 연구용 난자 채취에 협력키로 했던 PFC의 스코트 카플란 대변인은 이날 “황 박사와의 모든 협력관계를 단절하며 체세포 복제연구에 대한 모든 참여도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밝혔다. 아무런 이유나 배경설명조차 없었다.
CNSF의 쉐인 스미스 연구과장은 이날 세계줄기세포허브에 대한 재정지원 계획 취소를 발표하면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설명 만을 덧붙였다. 이 같은 태도는 이들 기관이 정확한 판단과정 없이 섀튼 교수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 이 애초부터 적지 않은 준비 끝에 나온 것이라는 흔적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12일 피츠버그대가 배포한 성명에서 섀튼 박사는 “난자 취득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정보와 관련해 미국의 학계 및 규제 당국과 접촉했으며 이에 따라 황 박사와의 결별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미국 학계는 아직 윤리 문제에 대해 최종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황 박사팀의 난자 확보 문제점을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입장에서 짐짓 윤리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심지어 ‘허브’ 와 무관한 미국의 연구기관들도 참여요청을 거절한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1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의 베드포드연구재단 이사장인 앤 케이슬링은 “모든 연구기관들이 난자 채취가 적법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세계줄기세포허브 참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스탠퍼드대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SF)의 연구팀도 관련 요청을 거절한 사실을 공개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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