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비스를 중단했던 MP3 파일 공유 서비스 ‘소리바다’(www.soribada.com)가 완전 개방형 서비스를 선언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완전 개방형 서비스란, 소리바다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들끼리 직접 MP3 파일 등을 주고받는 ‘개인 대 개인’(P2P) 서비스를 말한다. 사용 방식은 ‘e-당나귀’ 등 다른 완전 개방형 방식의 P2P 서비스와 동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e-당나귀의 경우 이용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전송받아 설치한 뒤 검색창에 원하는 파일 이름을 입력하면 같은 시간대에 해당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접속한 다른 이용자들 컴퓨터를 뒤져 해당 파일 목록을 보여준다. 목록에서 전송받고 싶은 파일을 선택하면 해당 파일 보유자의 컴퓨터에서 직접 파일이 전송된다.
소리바다는 이용자들끼리 자유롭게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P2P 서비스를 개발해 조만간 배포할 계획이다. “법적 문제가 된 것은 소리바다3 서비스일 뿐, P2P 서비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게 소리바다측 입장이다.
해당 소프트웨어가 배포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 사이트 로그인, 적립 포인트 등 소리바다의 회원 관리 수단이 모두 배제된다. 따라서 소리바다측에 저작권 침해 책임도 물을 수 없게 된다.
소리바다의 이 같은 결정에 800만명의 회원들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소리바다 게시판에는 ‘반드시 승리하세요’ ‘소리바다 힘내세요’ 등 응원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 그
러나 MP3 파일의 음원을 보유한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는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또 한 차례 갈등이 예상된다.
소리바다의 완전 개방형 서비스 결정은 그동안 계속돼온 음제협과의 갈등이 주원인이다. 5년 동안 주도적인 MP3 파일 공유 사이트로 자리잡았던 소리바다는 2000년 5월부터 음제협과 저작권 위반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그러다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법이 음제협의 소리바다 운영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소리바다는 7일부터 서비스를 중지하게 됐다. 법원 결정을 따르지 않고 서비스를 계속할 경우 소리바다는 음제협에 매일 1,000만원의 피해보상액을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더 이상 정상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해진 소리바다가 완전 개방형 서비스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소리바다와 유사한 완전 개방형 P2P 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경우 저작권 관련단체는 불법 MP3 파일 유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P2P 서비스에 대해 “저작권 침해 행위를 조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제3자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내린 판결은 소리바다가 완전 개방형 소프트웨어를 배포할 경우 책임을 완전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 법원의 판결로 유명 P2P 소프트웨어를 제작 배포했던 윈MX가 9월에 소프트웨어를 전송받을 수 있는 사이트를 폐쇄했고, 그록스터도 이달에 소프트웨어 전송 서비스를 중지했다.
아직 국내에는 P2P 소프트웨어 제작사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지만 미 연방대법원 판례가 있는 상황에서 완전 개방형 서비스의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경우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음제협 등이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적극 대처한다는 입장인 만큼 또다시 법적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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