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주된 희생양이 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아시아계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높은 학업성취도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지만 그만큼 인종 차별적인 공격을 받거나 집단 폭력에 시달리는 등 수난을 겪는 일도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할 지경이다.
뉴욕 퀸스고교에 다니던 한국계 학생 3명은 학교 근처에서 심하게 폭행을 당하고 몇 주간 결석한 끝에 전학을 요청했다. 지난해 보스턴에서는 베트남 출신 16세짜리 고교생이 또래 패싸움 도중에 숨지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AP통신은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 인구의 급성장에 따른 인종간 ‘문화 충돌’이 학교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 인구는 1980년 370만 명에서 20년만인 2000년 1,200만 명으로 늘어나 라틴계 다음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아시아계 학생들은 “성적은 좋지만 저항할 줄은 모르는” ‘범생이’라는 선입견 때문에도 따돌림 당하고 폭력의 대상이 된다. 또래보다 몸집이 작고 대결을 피하라는 순종적 가치관을 몸에 익힌 것도 학교폭력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게다가 보복을 두려워해 폭행을 당하고도 학교당국 등에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언어장벽도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아시아계 비중이 큰 곳에서는 이들 학생의 권익보호가 지역사회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뉴욕시 의회는 지난해 학교폭력 예방과 처벌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증오범죄 피해자의 민사소송 제기 연한을 3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학교폭력 공포에 대한 반작용으로 폭력조직에 가담하는 아시아계 학생들도 늘고 있다. 2003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시된 조사에서는 아시아계 청소년의 14%가 폭력집단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