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원 난자를 사용했나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윤리적 논란’의 핵심은 어떻게 난자를 채취, 확보했는지에 모아진다. 황 교수는 그 동안 “난자 취득은 연구 취지에 동참한 여성들의 순수 기증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해왔지만 만에 하나 불법 매매된 난자가 연구에 쓰였거나, 부하 연구원으로부터 기증을 받았다면 법적ㆍ윤리적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난자는 한 달에 1개씩 배란기에 생성되는 게 정상인데 채취과정에서 잃어버릴 수도 있고 수정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의료진은 인공 수정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배란 촉진 호르몬을 투여, 보통 10여 개 난자가 나오게 한 뒤 전신 마취나 부분 마취를 통해 난자를 채취한다.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이 여성 신체에 부담을 주는 만큼 국내에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난자를 매매했을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미국 국립과학원 줄기세포 가이드라인도 난자 제공에 대한 대가로 금품 제공을 금지하고 있으며, 국제 과학계 윤리규정도 통제 권한을 가진 자가 부하로부터 난자를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황 교수는 지난해 2월 미국의 ‘사이언스’에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 세포의 탄생을 발표하면서 “16명의 여성 자원자들로부터 난자가 배아 복제와 줄기세포연구에 이용된다는 데 동의하는 서약서를 받고 모두 242개의 난자를 얻었다”고 밝혔다. 법적으로나 윤리적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네이처’는 지난 해 4월 “황 교수팀 연구실 박사 과정 연구원이 ‘나를 포함해 2명의 연구원이 난자 기증자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으나 나중에 ‘서툰 영어 실력 때문에 오해가 생겼으며 난자를 기증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며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황 교수는 “네이처 기자가 취재를 왔지만 연구원 중 누구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난자를 기증한 연구원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만일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네이처 기사가 사실이고 연구원에게 대가를 지불했다면, 황 교수팀은 부하의 난자 제공을 금지한 국제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것이고 대가까지 지불했다면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황 교수 연구에 오랫동안 참여했던 불임 전문병원의 이사장이 최근 불법 매매된 난자 일부가 줄기세포 연구에 이용됐을 수도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황 교수측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결국 제기된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황 교수측이 난자 채취 과정의 전말을 밝힐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과학계에선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 성공이후 황 교수 등이 최고 훈장을 받는 등 크게 인정 받자 여기에서 소외된 일부 인사들의 불만으로 문제가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황 교수팀에서 일했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직원이 섀튼 교수에게 악의적 제보를 했다는 설도 돌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 황우석 교수 '떳떳함' 우회 강조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의 결별 선언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었던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14일 오후 2시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황 교수는 행사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담담한 표정으로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여기까지 왔냐”며 “적절한 시점에 말씀 드리겠다”고 짧게 말한 뒤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공식적인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황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 연구진은 돌아가며 세포 배양 인큐베이터를 24시간 지켜냈다”며 “하늘을 감동시키는 노력 끝에 결국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황 교수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섀튼 교수가 촉발한 연구의 비윤리성 논란에 대한 황 교수의 불편한 심경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황 교수는 또 “지금까지 연구를 위해 난자를 제공해준 많은 성스러운 여성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고 말해 불법적인 난자 매매나 취득은 없었음을 역시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황 교수는 직접 염주를 꺼내 보이며 “어제 만난 노스님이 직접 팔목에 채워준 염주”라고 말해 섀튼 교수가 결별 선언을 할 때 절에 있었음을 내비쳤다.
황 교수 연구팀 관계자는 “사찰 방문은 예정됐던 행사로 알고 있다”며 “황 교수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전등사 등을 찾아 스님들과 대화를 나누곤 한다”고 설명했다.
기조 연설 도중 밖에서 황 교수를 기다리고 있던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는 “황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들 모두 침통해 있다”고 연구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심정만 가지고 서두르다가 실수하기 싫다”며 “진상을 파악한 후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기조연설을 마치고 안 교수와 함께 행사장을 나오자 기자 100여명이 따라붙었으나 황 교수 일행은 미리 대기시켜놓은 승용차를 타고 행사장을 떠났다. 완전한 진상파악이 되기 전까지는 입을 열지 않겠다는 태도는 전날과 변함이 없었다.
황 교수 연구팀은 이번 사건이 터진 뒤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 관계자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섀튼 교수와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으나 섀튼 교수의 휴대폰이 꺼져 있어 진상파악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 교수 역시 전날 오후부터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고 늦은 밤까지 모처에서 측근 연구원들과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이날 행사장에 나타나기 전까지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안 교수 역시 14일 입장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안 교수는 그러나 이날 행사장을 빠져나가기 직전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 '줄기세포허브'엔 큰 차질 없을 듯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갑자기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와 결별을 선언함에 따라 황 교수가 추진해 온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운영이 어느 정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달 서울대병원에 설립된 세계줄기세포허브는 미국과 영국에 각기 흩어져 있는 줄기세포은행과 연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대병원의 경우 섀튼 교수를 줄기세포허브 초빙교수로 정식 발령을 낸 상황이어서 병원에까지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14일 “이번 섀튼 교수의 결별선언으로 세계줄기세포허브 사업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줄기세포 관련 임상연구를 맡고 있는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는 “우리와 협력을 원하는 해외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많으며, 세계줄기세포허브도 세계 유일의 기구로 출범한 이상 교류에는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특히 “섀튼 교수가 빠지더라도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중심으로 한 국제연구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연구팀이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섀튼 교수가 아직까지 자체적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생산해내지 못한데다 줄기세포를 만드는 세부적 기술에서는 황 교수팀을 따라올 수 없다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황 교수팀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정부측도 섀튼 교수가 공식 결별선언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더 지켜보되 황 교수의 연구과정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과학기술부 김영식 기초연구국장은 “지금까지 황 교수팀 연구절차가 적법했기 때문에 황 교수팀 입장을 신뢰하고 있다”며 “황 교수팀과 조만간 만나 섀튼 교수 지적의 진위를 다시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줄기세포 연구가 앞으로 순조롭게 진척되기 위해서는 풍부한 연구의 노하우와 국제적 인맥을 갖고 있는 섀튼 교수의 도움이 여전히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남은 관건은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 로슬린연구소 이언 윌머트 박사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달려있다. 황우석 교수팀은 윌머트 박사의 경우 황 교수에게 루게릭병 치료를 먼저 제안해 놓은 상황이어서 섀튼 교수의 결별선언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는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윤리 문제는 해소돼야 하겠지만 이번 사태로 황 교수팀의 연구가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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