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간 사자는 끝내 포효하지 못했다.
한국프로야구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가 일본 대표 롯데 마린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삼성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롯데와의 코나미컵 결승전에서 안타수 13-6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타선의 응집력 부족으로 3-5로 석패, 준우승에 머물렀다.
삼성의 에이스인 선발 배영수가 5이닝을 못 버티고 무너진 것이 패인이었다. 배영수는 4이닝 동안 투런홈런 1개를 포함해 5피안타 5실점하며 롯데의 막강 타선을 막지 못하고 패전의 멍에를 썼다.
배영수는 그러나 경북고 5년 선배인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을 헛스윙 삼진 두 번과 유격수 플라이로 돌려 세워 대한민국 최고 투수와 최고 타자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배영수는 또한 2회에 상대 2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무려 7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일본 야구의 심장부인 도쿄돔을 찾은 일본 팬들에게 한국 에이스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승엽은 4타수 무안타.
타선도 롯데의 선발 와타나베 ??스케(시즌 15승 방어율 2.17)를 상대로 좀체 맥을 못 췄다. 삼성은 ‘잠수함’ 투수 와타나베를 공략하기 위해 1~3번과 5번 등 상위 타선을 언더핸드 투수에 강한 박한이 강동우 양준혁 김대익 등 좌타자로 채웠다.
또한 경기 전엔 언더핸드 출신인 양일환 김현욱 투수 코치가 자진해서 배팅볼을 던졌는가 하면 삼성 선동열 감독은 타자들에게는 와타나베를 상대로 홈플레이트 안쪽으로 바짝 붙어 몸에 맞는 볼을 유도할 것을 주문했을 정도. 선 감독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때 상대 선발 다니엘 리오스를 상대로 이 작전을 써서 톡톡히 재미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의 방망이는 찬스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와타나베를 상대로 6회까지 8개의 안타와 볼넷 2개를 빼앗았지만 겨우 1점을 뽑는데 그쳤다. 반면 롯데는 5회까지 5개의 안타로 5점을 기록하는 집중력을 뽐냈다.
삼성은 9회에 롯데의 마무리 고바야시 마사히데로부터 안타 4개를 묶어 2점을 만회하며 막판 대역전을 노렸지만 2사 1,2루에서 김대익이 삼진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선동열 감독은 “최선을 다했지만 24년 역사의 한국 야구가 80년에 가까운 일본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한 뒤 롯데보다 두 배가 많은 13안타를 치고도 패한 것에 대해서는 “1안타만으로 이길 수도 있고, 20안타를 치고도 점수를 못 뽑을 수 있는 게 야구다. 찬스에 강한 팀이 강팀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코나미컵은 내년 11월6~9일 도쿄돔에서 제2회 대회를 치른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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