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를 ‘형제’라고 불렀던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왜 황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나섰을까.
황 교수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존경하고 모든 것을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던 그가 석연치 않는 이유로 결별 선언을 한 데는 나름대로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란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섀튼 교수는 원래 미 위스콘신대에 있을 때만 해도 동물 복제 전문가가 아닌 난자 내 미세 소기관 연구 전문가였다. 그는 2000년 에모리 대학의 앤토니 챈 교수 등 다른 대학 복제 전문가들과 오리건주립대로 옮기면서 복제 연구 책임자로 변신했다. 하지만 함께 옮긴 교수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지 못해 결별하고 피츠버그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후 원숭이 배아 복제에 성공해 영장류 복제의 세계 최고 전문가로 부상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연구하면서 그와 손을 잡았다. 배아 줄기세포 배양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지만 분화 등 전반적인 줄기세포 기술은 미국의 60~70%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황 교수로서는 낮은 생명공학 수준을 끌어 올리고 임상 시험 전 단계인 영장류 동물 실험을 위해 섀튼 교수와의 협업이 필요했던 셈이다. 황 교수는 원숭이 복제 연구를 위해 지난해 2명의 연구원을 피츠버그대로 파견했고 섀튼 교수도 지난해부터 몇 차례 한국을 방문, 황 교수와 동고동락하며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깊숙이 관여했다. 황 교수가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성과를 사이언스 등에 게재할 때마다 섀튼 교수의 이름이 공동 저자로 올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역할에 대한 의문은 늘 뒤따랐다. 5월 스탠퍼드대 밀드레드 조 교수는 사이언스에 줄기세포 연구성과에 대한 윤리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문을 보면 모든 실험이 서울에서 이뤄졌는데, 연구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 섀튼 교수가 어떻게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려졌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도 황 교수측은 “섀튼 교수는 연구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깊이 관여했고, 연구 과정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했다”며 그를 옹호했다. 섀튼 교수는 이미 지난해 4월 ‘황 교수측 연구원의 난자채취 논란’이 일었을 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 교수는 이를 부인했고 한 병원의 간호사가 자발적으로 난자를 제공했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학계에서는 섀튼 교수가 이제 와서 새삼스레 이 문제를 재론하며 결별을 선언한 것은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 배아줄기 세포 전문가는 “섀튼이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이제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황 교수가 복제 개 탄생 때도 매일 아침 섀튼 교수와 1시간여 가량 화상 대화를 했고 배아 모양 등을 수시로 이메일로 보냈다”면서 “섀튼 교수가 배아줄기 세포와 관련한 노하우를 사실상 다 전수 받은 셈이어서 결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섀튼 교수의 행동이 미국 내에서 인간 배아 연구에 관한 규제를 풀기 위한 사전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이해 관계가 얽힌 난자 공여는 금지하고 있지만, 연구 및 치료 목적의 배아 연구는 허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생명윤리 문제를 들어 사실상 인간 배아 연구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연구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배아줄기 세포 전문가는 “섀튼 교수가 윤리 문제를 핑계 삼아 황 교수와 결별한 뒤 ‘한국에선 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연구 성과를 빼앗길 수 있다’고 여론을 움직여 미국 내 규제를 풀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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