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지난 7일 ‘의학전문대학원, 서울대 참여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서울대 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타 대학에 영향을 미치고 정부 정책에 타격을 준 것이라며, 선도대학으로서 의학전문대학원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우선 서울의대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거부를 최종 확정한 것이 아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전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설도 지적한 바와 같이 비싼 등록금과 긴 교육 기간은 의학전문대학원의 가장 큰 문제점이며, 이의 해결책이라는 의무장교 복무기간 단축이나 장학제도의 확대는 관계부처 간 이견으로 논의의 진전이 없다.
또 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의 비용은 장학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고 전문대학원 입학에 실패해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입는 불이익은 새로운 차별적 요소이다.
전문대학원은 대학입시 경쟁 완화에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이는 입시 경쟁을 4년 뒤로 미루는 것일 뿐,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지금의 의ㆍ치대 입시 과열의 원인이 이공계의 앞날을 어둡게 보는 데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모든 이공계를 전문대학원 또는 6년제 약대를 위한 입시학원으로 바꾸고, 이공계 학생들을 새로운 ‘전문대학원 입시 낭인’으로 만들 위험성이 매우 크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교훈을 되살려 볼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 때문에 2010년까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되 그 후 제도를 재평가하여 도입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한 바 있으나 2005년 갑자기 입장을 바꿔 반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판단”했으니 아무 말 말고 따라오라는 것은 어떤 근거도 없는 한쪽의 의견일 뿐이다.
대다수의 정원을 4+4로 운영하는 의학 교육은 세계적 추세가 아니다. 제발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이에 대한 조언을 받아 보기 바란다. 유럽과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고, 미국이나 캐나다도 4+4를 요구하는 정원은 20% 이내이다.
거듭 밝히건대 서울의대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대는 의학전문대학원의 수많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인적자원부와 함께 노력할 것이며 이것이 우리 사회가 서울대에 부여한 책임이라고 믿는다.
한준구 서울대 의대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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