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님께.
5일자 저의 ‘기자의 눈’을 보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반박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또 노무현 대통령께서 여기에 들어와 조 수석과 주고 받았던 댓글 속에선 저의 칼럼이 꼼짝없이 ‘몰상식한 소설’이 돼 버렸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우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부분을 인정하고 넘어 가겠습니다. 내용 중 조 수석께서 ‘미국측 참석자들을 위해 저녁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 부분은 그 자체로는 부정확한 것이었습니다. 조 수석께서 참석한 세미나는 한국측 세종연구소와 미국측 조지타운대가 공동 주최했습니다. 2일의 강연을 겸한 저녁 행사도 그 범주 내였고 여기에 참석했던 우리측 최고위 당국자는 조 수석이었습니다.
조 수석께서 홈페이지 글에서 “주최측의 초청으로 기조연설을 하러 간 것일 뿐”이라고 말한 것이 전체 행사의 모양새와 내실에 대해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저의 생각과는 다릅니다. 참석 예정이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불참한 것은 대통령 참모입장에서는 아쉬워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한미동맹의 현주소가 6자회담에 미치는 영향을 듣고 미묘한 대목까지 포착해 낼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입니다. 그래야만 조 수석께서 바쁜 와중에도 미국을 다녀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밥값’을 누가 냈느냐에 대해선 여러 얘기가 있으나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가 “대사관에서 일련의 행사 경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했다”고 확인했음을 밝혀둡니다.
조 수석의 반박은 힐 차관보의 불참 부분으로 일관했습니다. 다시 읽어보면 알 것입니다. 저의 칼럼은 분명히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의 불참에 더 비중을 두었습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한미동맹 위기에 대해 강성 발언을 쏟아 냈던 인물이라 토론에는 걸맞은 미측 관리였습니다.
그가 강연할 예정이던 3일 오찬 직전까지 그의 불참을 몰랐던 참석자들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김이 빠졌다’는 표현은 이 대목을 지칭한 것이었습니다. 조 수석 역할에 대한 의문도 있었지만 미측의 무성의를 짚는 데도 칼럼의 목적이 있었습니다.
조 수석께서는 저의 칼럼이 애국적인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애국하는 방법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물론 조 수석께서 이에 관해 논쟁을 하겠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상의 일방적 공격은 앙금을 남깁니다.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특파원은 미국에 와 보니 대한민국 정부가 그렇게 우수하고 경쟁력 있는 정부인지 몰랐다며 입을 모아 칭찬한다”라고 했는데, 이런 인식 또한 진정한 논쟁의 출발점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소설에나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의 고위당국자다운 대응을 기대하겠습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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