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자 3인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과거 판결성향 등 대법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파악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9일부터 하루 한명씩 실시한 청문회에서 병역기피 의혹과 전관예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분위기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여야는 그러나 과거 판결 성향과 관련해 이념적 잣대를 앞세우며 자신들과 다른 성향의 후보자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김황식 후보자를 도마에 올려 1990년대 중반의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사건, 남매간첩단 사건 등에서 보여준 보수적인 판결 내용을 문제 삼았다. 우리당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및 국가기밀 범위에 대한 과다적용을 걸어 “대법관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평가까지 내놓았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시환 후보자를 겨냥해 국보법은 물론 양심적 병역거부의 병역법 위반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가 박 후보자의 편향된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며 몰아붙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40대인 김지형 후보자에 대해서도 경험 부족과 친(親)노동자적 판결 성향을 지적했다.
세 후보자들은 약간의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요 현안들에 대한 입장은 대동소이했다. 청문회장 주변에서 “세 후보자들이 사전에 입을 맞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였다..
국보법만 해도 세 후보자 모두 개정 혹은 폐지 후 대체입법이 필요하다고 답해 큰 차이가 없었다. 김황식 후보자는 반국가단체 규정의 존속이 필요하다면서도 이적단체 규정은 폐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폐지론자로 알려진 박시환 후보자는 찬양ㆍ고무죄가 존속돼야 한다는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김지형 후보자 역시 “완전폐지보다는 국보법이 원래 의도했던 정도의 어떤 형식으로는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혁의 관점에 따라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는 사형제 및 간통죄 폐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들은 하나같이 “폐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며 동일한 답변을 했다.
물론 일부 현안에 있어서는 이들도 소신을 밝히긴 했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김황식 후보자는 “개인적ㆍ시민적 입장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박시환ㆍ김지형 후보자는 각각 “정상의 경중을 참작하는 것도 전혀 타당성이 없지는 않다”, “검찰의 중립성과 무관한 조항”이라며 달리 평가했다. .
국회는 내주 초에 증인ㆍ참고인 신문과 종합신문을 거쳐 16일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같은 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 여야 모두 임명동의를 반대할만한 결정적인 결격사유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통과는 확실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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