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엄마 독살 실험' 여고생에 日 경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엄마 독살 실험' 여고생에 日 경악

입력
2005.11.11 00:00
0 0

‘탈륨소녀의 일기.’ 친어머니(47)에게 조금씩 독극물을 먹인 고교 1학년 여학생(16)의 범행일지가 발견돼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일본 시즈오카(靜岡) 현립고교에 재학중인 여학생이 경찰에 체포된 것은 지난달 31일. 어머니가 독극물 중독 증상으로 10월2일 병원에 입원한 후 이상하게 여긴 가족들의 요청으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여학생의 방에서 살서(殺鼠)제 등의 원료인 초산 탈륨 등을 발견했다.

사건은‘탈륨소녀’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즉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실험 연구서처럼 꼼꼼하게 적은 범행기록이 드러난 뒤에 일본사회는 아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11일 소녀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진실의 입’이란 제목의 폴더 내용을 보도했다. 여기에는 “(엄마가)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당연하지 (독극물을 섞은) 딸기 잼을 먹었으니까.”(9월1일) “들키지 않을까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 (발각되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착한 애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9월23일)는 등 거의 매일 매일의 상황이 기록돼 있다.

이에 앞서 발견된 블로그에도 “어제부터 엄마의 상태가 않좋습니다. 전신에 발진이 돋고…”(8월19일) “드디어 (엄마가) 정말로 움직이지 못하게 돼 버렸습니다”(9월12일)는 등 어머니의 용태를 자세히 전달했다. 고양이 등을 상대로한 동물 독극물 실험 내용도 기술했다.

블로그와 문서의 화자는 1인칭 남성대명사 ‘보쿠’(僕)로 돼 있다. 그리고 실험의 상대는 ‘Atom’로 돼 있어 이것이 여학생과 어머니를 지칭한 것인지 100%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 경찰과 전문가들은 블로그 등의 기술 상황이 현실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여학생의 범행 일지임이 틀림없다고 보고 있다.

여학생은 영국의 독극물 살인마 그레이엄 영(1947~90)을 존경하며 그의 소설 ‘독살일기’를 탐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성적이 좋은 편에 속했던 여학생은 화학 실험 등에 강한 흥미를 나타내 주위로부터 장래의 화학자로 촉망 받았다고 한다.

범행 동기를 밝혀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경찰은 초등학교 시절 ‘이지메’를 당한 탓인지 대인관계가 불안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학생이 자신을 ‘보쿠’로 지칭하는 등 남자 행세를 했다는 점에서 “여성적인 성동일성에 혼란이 일어났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극물범죄는 약자의 범죄”라며 여학생 주변의 인간관계가 사건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