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를 두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논쟁이 붙었다.
윤초(閏秒)를 폐지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영국 학계가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10일 전했다.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통신연맹(ITU) 회의에서는 윤초의 존폐가 논란이 됐다. 방송 시보의 국제 표준을 결정하는 이 회의에서 ITU 미국 대표가 2007년 12월부터 윤초를 폐지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1일=24시간=8만6,400초’식의 시간 개념은 지구 자전에 맞춰 만들어진 것. 하지만 지구 자전 속도가 계속 느려져 정확히 24시간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윤초는 지구 자전 속도의 변화로 생기는, 천문시와 표준시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것이다. 지구 공전 주기가 약 365.25일이기 때문에 4년에 한번씩 2월에 윤날을 두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표준시는 국제지구자전국(IERS)이 1972년1월1일 0시를 기점으로 정한 세계협정시(UTC)이다. UTC는 세슘 원자가 92억번 진동하는 동안을 1초로 하는 원자시계에 바탕을 둔 원자시를 기준으로 삼는데, 원자시는 1초 길이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IERS는 원자시와 실제 지구 자전 속도를 측정한 천문학적 시간인 세계시(UT1)의 차이를 비교, 오차가 0.9초 이상 벌어지면 6월30일이나 12월31일에 1초를 더하거나 빼는 윤초를 실시토록 결정하고 있다.
영국 천문학계는 윤초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결국 시간 체계를 천문시에서 원자시로 바꿔 통일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이 윤초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도 현재 널리 쓰이는 첨단 전자통신 테크놀로지가 원자시 체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BBC 인터넷판은 특히 미국이 주도적으로 조성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각종 소프트웨어가 윤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쪽에서는 미국이 자국 편의를 위해 인류가 오랫동안 지켜온 시간 개념을 뒤흔들려는 데 비판을 집중하고 있다. 영국왕립천문대 조나단 베츠 연구관은 “윤초가 폐지되면 낮과 밤의 개념마저도 혼돈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초가 없어질 경우 표준시와 천문시의 오차는 수년 내에 몇 초에 불과하지만 수백년이 흐르고 나면 한 시간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영국 과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윤초는 UTC를 정한 72년 도입돼 99년까지 모두 22차례 실시됐다. 올 12월31일과 2006년1월1일 사이에 23번째 윤초가 삽입된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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