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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더이상 못 참아" 학생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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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더이상 못 참아" 학생들이 나섰다

입력
200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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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북 충주시 모 여고 이모(17)양 사건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충주지역 6개 고교생 1,707명의 진정서에 따라 11일 검찰이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학생들이 진정서에서 가해자들을 충주지역 학교폭력 조직인 ‘메두사’라고 명시한 점을 중시, 이 폭력 조직의 실체 여부를 가리는데 수사력을 모으기로 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건찬 사무처장은 “이번 일은 말없는 피해자로 머물러 있던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단결된 행동을 시작한 첫 사례”라며 “당국이 재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철저히 규명하고,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발단

이양이 중학교 때 사귀던 친구가 있는 경기 시흥시의 한 아파트 11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것은 지난달 5일. “학교 가기가 무서워. 다음 세상에서도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나면 효도할께”라는 내용의 편지를 엄마에게 남기고 가출한 지 나흘만의 일이었다.

이양은 수첩에 “자기들을 험담하고 다닌다고 심한 욕설과 함께 때렸다. 난 그런 적이 없는데…” 등의 메모를 남겼다. 경찰 조사 결과 10월 1일 밤 학교 주변에서 빚어진 폭행사건이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였음이 드러났다.

이양은 그날 밤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당시 경찰은 이양을 때린 P모(17)양 등 4명을 폭력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14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학생들의 집단 행동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등에 따르면 이번 진정서 서명 운동이 충주지역 전 고교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가해 학생들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부터.

당시 폭행 상황과 이양의 자살 이유 등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던 이양의 학교 친구들은 가해 학생 중 3명이 전학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는 소문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일부에서 “이양이 자살한 5일 밤 당시 폭행에 가담했던 애들이 시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렀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웃고 떠들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학생들의 묵은 감정이 폭발했다.

이양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같은 피해를 경험한 다른 학교 학생들의 격려가 잇따랐다.

진정서 제출을 주도한 C양은 “친구를 죽음으로 내몬 ‘메두사’ 애들이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시내를 활보하고 다니면서 우리들에게 ‘몸조심하라’고 위협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학교에서 조용히 있으라고 말렸지만 우리들의 분노와 슬픔, 죽은 친구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학능력시험(23일)이 끝난 뒤인 26~27일께 충주 시내에서 이양을 추모하는 촛불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학교폭력 조직 실체 논란

이양 사건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학교폭력 조직으로 지목한 ‘메두사’의 실체는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그러나 여전히 메두사의 존재를 주장하며 이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진정서에서 이양이 메두사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온 점을 강조하고 “학교폭력 조직에 대한 경찰 수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했다. 진정서에 서명한 K모(17)양은 “메두사 애들은 별 것도 아닌 이유로 걸핏하면 때리고 시비를 걸었다”며 “메두사에 대해서는 애들은 물론 학교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충주경찰서 관계자는 “이양 사건 조사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메두사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며, 현장에 있던 학생들의 진술을 토대로 1대 1 싸움이 집단폭행으로 커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학교측 제보나 뚜렷한 단서 제공이 없으면 학교폭력 조직을 조사하기는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던 충북도교육청 정진구 장학관도 “당시 학교 폭력조직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면서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다시 정밀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충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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