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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중국 충격,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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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중국 충격,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0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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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와 짝퉁의 원산지란 오명을 듣고 있는 중국산(産)은 역사적으로 진품과 명품의 대명사였다. 중국의 비단이나 약재 붓 책 가죽 도자기 귀금속 등 중국을 오가는 사신이나 무역업자에 의해 들어온 물품은 최고의 진품 명품 대우를 받았다.

근대 이후 이런 명성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 제품으로 옮겨졌다. ‘물 건너 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된 제품은 고급 대우를 받았다. 대신 중국산은 옛 명성을 잃고 싸구려 제품으로 전락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공업화를 이룬 1980년대 이후 중국산의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중국산이라면 무조건 질 낮은 싸구려 제품이거나 유명 브랜드를 어설프게 모방한 짝퉁 취급을 받았다. 인식만 그런 게 아니라 실상이 그랬다.

●짝퉁에서 명품 생산기지로 변신

값싼 중국산은 우리나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중국제품 공세에 못 이겨 영세기업의 도산이 줄을 이었고 중국으로의 제조업 탈출이 러시를 이루는 바람에 산업공동화,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중국산 농수산물의 수입은 식품안전의 문제를 넘어 국내 관련 농어가와 시장을 뒤흔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통상마찰 일보 직전까지 갔던 한중간 김치파동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그렇게 야단법석을 피울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중국의 충격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싸구려 제품의 생산기지로 각광 받아온 중국이 고급제품의 저가 생산기지로 변신하면서 나타날 이변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아직은 유럽의 명품에서부터 국내 기업의 유명 제품까지 그대로 모방, 세계 짝퉁 제품의 70%를 공급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지만 중국의 산업발전 속도로 볼 때 이런 오명을 벗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때 우리나라가 명품 모방의 천재적 능력을 발휘했지만 어느 새 중국이 이 명성을 채갔다.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짝퉁 생산으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진짜 명품을 생산할 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장인정신을 자랑하며 원산지 생산을 고수해온 유럽의 명품들이 중국 생산을 서두르는 것은 그런 신호의 하나다. 고임금과 유로화 강세, 값싼 상표와의 경쟁에 떼밀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명품기업들이 금기를 깨고 아웃소싱에 나서면서 거대한 잠재시장과 값싼 노동력, 생산기술을 보유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세린느는 마카담 핸드백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고 프라다 구찌 토즈 등 이탈리아의 최고급 명품 브랜드들도 중국 생산을 적극 검토중이다.

싸구려 취급을 받던 중국의 하이얼 가전제품이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삼성과 LG의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제2, 제3의 하이얼이 등장할 것이다.

지정학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중국과 떨어질 수 없다. 앞으로는 더욱 복잡하게 얽힐 것이다. 중국의 추격이 무섭지만 이 추격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터이고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우리 상품을 소화해줄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수산물을 비롯한 중국의 값싼 제품은 우리 시장을 장악할 것은 틀림없다.

공해와 전염병까지 함께 공유하며 대응해야 하는 시기가 눈앞에 닥쳤다. 서울의 대표적 문화ㆍ관광의 거리인 인사동 일대 관광기념상품의 70~80%가 중국산인 실상을 인정한다면 좀더 실감 날 것이다.

●방심하면 우리가 동북아 낙오자

‘중국산은 싸구려’라는 인식에 갇혀 있는 한 동북아의 주역이 될 수 없다. 요동치는 중국의 대변화를 바로 보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중국의 변방시장으로 전락하고 만다. 중국은 결코 싸구려의 원산지가 아니다. 우리 수입업자들이 싸구려를 골라 수입하기 때문에 싸구려 인식이 퍼진 것 뿐이다.

국내 굴지의 모 재벌그룹 회장이 중국에서의 사업을 강화하면서 “중국은 더 이상 해외시장이 아닌 내수시장”이라고 했다. 목적과 의도가 어떻든 의미심장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 동북아에서 상품의 원산지를 따진다거나, 해외시장 내수시장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치권이나 정부, 기업이 이런 가공할 대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동북아의 낙오자가 될 지 모른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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