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요리책/ 한성옥 지음. 보림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 레나 안데르손 그림. 미래사
세상 사람 모두가 먹을 만큼 식량이 충분할까? /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 레나 안데르손 그림. 미래사
한 초등학생이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있었다. 사람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젓가락질하는 아이를 보면서 모임 중의 일하는 엄마들은 집에서든 밖에서든 혼자 밥 먹는 날이 많은 아이들 생각에 금방 눈이 벌개졌다. ‘아주 특별한 요리책’을 지은 책 디자이너 한성옥도 그렇게 자란 아들이 기특하고 고맙고, 늘 미안한 마음일 엄마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 아들이 개발한 메뉴로 요리책을 꾸몄다.
초등학생이 해먹는 요리인 만큼 메뉴는 어른의 상상을 초월한다. 깍두기에 비빈 밥 위에서 모차렐라 치즈가 녹고 라면은 계란찜과 비빔국수의 재료가 된다. 먹다 남은 잡채를 쌀종이로 말아 산뜻하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참관수업일에 못 와서 아들을 외롭게 했던 엄마는 일일교사로 멋지게 등장하고 생일날 음식 선물로 여자 친구도 사귀는, 요리와 함께 한 성장 이야기라고 할까.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은 요리책의 변신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요리책이 대개 국, 밥, 찌개 등 종류별로 다양한 메뉴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는 반면, 이 책은 요리의 재료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요리법에 각 재료에 대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스웨덴 사람이 만든 책이므로 감자, 우유, 달걀이 등장하는데 감자를 보면 팬케이크, 껍질째 삶기, 으깬 감자, 샌드위치, 크림, 수프, 구이 등 다양한 요리를 씻기부터 익히기, 익으면 감자가 부드러워지는 이유, 먹는 법에 이르기까지 곰살궂게 설명한다. ‘감자의 역사’를 말하고 감자만 먹고 살 수는 없다며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와 식품군 설명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남다른 점은 요리법을 가르치고 각 재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먹고 사는 일 전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달걀 요리에 곁들이는 양계장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값싸고 풍요로운 음식이 어떤 환경에서 생산되는지 보여준다. 비좁은 양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암탉이 서로 쪼지 못하도록 부리를 잘라버리고 그 정도가 더 심한 수탉은 서로 알아보지 못하도록 볏을 자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어린이 요리책 ‘세상 사람 모두가 먹을 만큼 식량이 충분할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류의 식량문제를 다룬다. 식량은 충분한데 아직도 10억 명 이상이 굶주리는 이유를 분배의 차원에서 설명한다. 또 식물성 단백질을 먹으면 고기보다 값싸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고 사료용 식물을 재배하는 면적이 줄어들어 땅을 더 잘 가꿀 수 있지만 거기에는 사람들의 식습관을 바꾸는 일이 관련되어 있어 간단치가 않다. 그래도 기아를 추방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음식으로 이런 이야기를 담는다면 쌀, 콩, 배추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어떤가, 좋은 탐구학습 주제가 될 것 같지 않은가?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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