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들 다수가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찬성했다. 찬성이 반대에 비해 두 배가량 많았다. 권역별로는 호남지역에서 양당 통합에 대한 찬성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반대 의견을 피력하거나 답변을 유보, 통합은 여전히 민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었다.
통합 파트너인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양당이 추후 어떤 방향이든지 한쪽으로 의견을 모으기에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일보 정치부는 9일과 10일 이틀간 우리당 의원 144명 중 100명에게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또 민주당 의원 8명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양당의 나머지 의원들은 외유, 개인사정 등으로 전화연락이 되지 않았다.
조사결과 우리당 의원 100명중 ‘통합 찬성’이 49명으로 절반에 육박했고, 반대가 27명, 답변유보가 24명이었다. 권역별로는 호남ㆍ제주에서 응답자 20명중 찬성이 10명, 반대와 답변유보가 각각 5명으로 조사돼 찬성의견이 많았다. 지역 민심이 여당에 우호적이지 못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찬성의견(20명)이 반대(10명)의 2배에 달했고, 답변유보는 14명이었다. 또 강원ㆍ충청과 영남에서도 찬성이 각각 8명과 2명, 반대가 5명과 1명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비례대표 의원 18명도 찬성이 9명으로 반대(6명)와 답변유보(3명)에 비해 훨씬 많았다.
지역 별로 약간의 편차는 있으나 우리당 의원들은 통합론에 전체 절반 가량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의원들은 대부분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이전의 지지세력을 다시 결집한 뒤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정치적 현실론을 들었다.
통합반대나 답변유보 층에서는 ‘적극적인 반대’ 의견도 있었으나 “범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은 찬성하나 당대 당 통합은 반대” “궁극적으로는 통합해야하나 시기상조” 등의 답변도 적지 않았다. 이는 당대 당 통합은 ‘도로민주당’ 식의 지역정당 회귀라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 보다는 범 민주개혁세력이 한데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양당이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절반에 달하는 반대나 답변유보 의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잠재적인 큰 틀의 통합론자들로 분류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8명의 응답자들 중 찬성이 3명, 반대가 4명, 유보 1명 등으로 골고루 나뉘었다. 5명의 지역구 의원들도 찬성과 반대가 2대2로 같았고 비례대표는 반대가 한명 더 많았다.
찬성 쪽은 개혁세력 결집 차원에서 통합을 원했고, 반대 쪽은 우리당이 먼저 분화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답변을 유보한 한 지역구 의원은 “현 상태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권 지형이 변화할 경우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로 누가 유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명박 서울시장(35명)-박근혜 대표(27명)-손학규 경기지사(2명) 순으로 답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 청와대는 “합당 반대”
열린우리당에서 확산되고 있는 민주당과의 합당론에 대한 청와대 기류는 뚜렷한 반대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합당에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우리당이 실제로 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할 경우 이를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 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가 합당에 반대하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다. 먼저 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론은 기본적으로 지역 연합론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당의 일에 청와대가 나설 입장은 아니지만, 민주당과의 합당은 지역구도 극복이란 창당정신에서 분명히 벗어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노 대통령이 역점 과제로 제시한 지역구도 극복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둘째는 노선과 지향점의 문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당이 50석에도 못 미치는 의석을 갖고 어렵게 창당한 것은 낡은 정치 문화와의 단절, 정당 민주화 등을 위해서였다”며 “합당할 경우 연정, 정책연합을 추진할 때와 달리 기존의 당 노선을 포기해야 하므로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우리당 창당 1주년 메시지에서 ‘100년 지속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원칙 없는 정당의 이합집산을 지양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아울러 “합당하려면 굳이 2003년에 고생하면서 민주당과의 분당을 결행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과 함께 원칙과 명분이 없는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통합은 대선 등에서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실리론도 제기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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