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유가의 여파로 올들어 에너지 수입 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너지 절약이 산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에너지 분야의 최대 행사로 올해 27회째를 맞은 에너지절약촉진대회가 산업계와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하는 에너지절약 촉진대회가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대강당에서 이희범 산자부 장관과 김균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등 주요 인사와 유공자 1,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대회에서는 코크스를 냉각할 때 열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건식소화설비(CDQ) 및 배열보일러 설치 등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 등으로 2,714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 ㈜포스코의 허남석 전무가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매년 매출액의 5~10% 이상을 연구ㆍ개발(R&D)에 투자, 연소사업 부문에서 1,170억원, 소규모 열병합 발전사업 부문에서 115억원의 에너지 절감 성과를 거둔 ㈜케너텍 정복임 대표이사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이인영 부이사장이 동탑산업훈장, 한국스파이렉스사코㈜의 박인순 대표이사가 철탑산업훈장, 대림윈윈보일러 차금주 대표이사와 에코에너지㈜ 배종호 대표이사가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또 ㈜대열보일러 신춘식 회장, 한국가스공사 정재현 전무, 미디어컴 조향임 대표, ㈜롯데월드 강병호 자문, ㈜KT 송상헌 자산개발단장이 산업포장, 한화석유화학㈜ 울산공장,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대통령 단체표창, 가정주부 오순옥씨 등 30명이 대통령 및 국무총리 표창, 한국남부발전㈜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등 에너지 관계자 117명은 에너지절약에 기여한 공로로 산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또 고유가에 대응해 산업 부문에서 집중적인 에너지 절약 사업이 추진돼 역대 최대인 158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수상자들은 산업체 등 에너지 사용 현장에서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을 위해 공정을 개선하거나 신기술을 도입한 관리자, 각종 제도 정비, 교육, 캠페인 활동 등을 묵묵히 실천한 공무원과 교사, 그리고 가정에서 전기 플러그를 뽑고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앞장선 주부 등 다양한 유공자들이 포함돼 있다.
김균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우리의 에너지 사용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겨울철 내복 입기 운동, 선풍기로 시원한 여름나기 운동과 같은 국민 참여형 홍보활동을 통해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 의식을 높이고 있다”며 “올들어 국가 전체적으로는 1조4,400억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도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수급 불균형 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에너지 절약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 허남석 포스코 전무
에너지절약촉진대회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허남석(55) 포스코 전무는 1974년 입사 이후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관련 신기술 개발을 주도해온 사내 에너지 전문가다.
철강산업은 공정 특성상 철광석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수 차례 가열과 냉각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이다.
때문에 에너지 절약은 직접적인 원가 절감은 물론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때문에 포스코는 제철 공정 중에 발생하는 부생 가스를 전량 회수해 조업과 발전용 연료로 활용, 총 전력 소요량의 85%인 180만㎾를 자가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 사용한 물을 재처리해 전체 용수량의 98%를 재활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코크스 공장에서 생산하는 고온의 코크스(950~1,100도, 유연탄을 덩어리 형태로 가공한 것)와 제강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 스팀과 전력도 생산하는 등 최근 5년간 에너지 절약시설에 모두 4,654억원을 투자, 123만TOE(에너지환산톤)에 2,714억원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포스코는 제철 공정을 단축하는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개발, 에너지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존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혁신 제철 공정인 ‘파이넥스’(FINEX) 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소결(燒結ㆍ철광석을 덩어리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나 코크스 공정 같은 사전처리 공정을 거치지 않은 채 값이 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직접 사용해 쇳물을 생산함으로써 기존 용광로 공정의 5% 수준으로 오염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이고 에너지 효율도 대폭 개선하게 됐다.
또 기존 쇳물 생산공정을 10분의 1로 단축해 쇳물에서 바로 열연강판을 만드는 스트립캐스팅(Strip-Casting) 기술을 2007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중이다. 이는 기존 고로 방식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을 85% 이상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포스코는 철강업계 최초로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으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위해 250㎾급 발전용 연료전지 개발사업과 수소 연료전지 발전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가벼운 고강도 강판을 개발ㆍ공급함으로써 자동차 연비를 높이고, 전력 손실을 줄이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허 전무는 “포스코는 현장 부서 위주로 운영되던 에너지 관리체제를 에너지 절감 유형별 전문 소그룹별 관리 체제로 개편해 에너지 절약 활동에도 내실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 ㈜케너텍 정복임 사장
10일 열린 에너지절약촉진대회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에너지 전문기업 ㈜케너텍의 정복임(50) 대표이사 사장은 벤처업계에서 여풍(女風)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2003년 5월 코스닥 상장 시 공모가가 주당 3,000원에 불과했으나 2년6개월이 지난 현재 주가는 4배 가까이 올랐다. 정 사장은 총 보유주식 평가액이 300억원 이상이나 돼 코스닥 시장 최고의 여성 부호에 등극했다.
그는 1997년 케너텍을 설립하기 전까지만 해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수간호사로 근무했던 평범한 여성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케너텍의 전신인 고신엔지니어링에 투자했다가 같은해 9월 회사를 인수, 경영 일선에 나서 회사를 300배 이상 규모로 성장시켰다.
케너텍은 매년 매출액의 5~10% 이상을 연구ㆍ개발에 투자해 신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그 동안 한국기계연구소, 포스코 등과 공동으로 에너지를 20~50% 절약할 수 있는 공업용 가열로 축열식 연소시스템 등 각종 연소시스템을 개발, 수입해 의존해왔던 연소기기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2000년부터 ‘열병합발전을 이용한 저온수-연속식 지역난방 시스템’의 원천 특허 기술로 공동주택에 사용되는 소규모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 아파트단지에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전 신동아아파트 등 지난해까지 20개 아파트단지에 이 회사의 열병합발전시스템이 적용돼 기존에 비해 25~4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0개 아파트 단지와 사업계약을 체결하고 착공에 나서는 등 국내 보급률 50% 이상의 실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케너텍은 또 바이오매스(Biomassㆍ식물이나 미생물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것) 기술을 이용한 열병합 발전 사업에도 적극 나섰다.
그 동안 연소시스템 부문에서 1,170억원, 소규모 열병합발전 시스템 부문에서 115억원의 에너지절감 효과를 실현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민간구역 전기사업자’(CES)로 선정돼 현재 사당지구에서 구역 전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으로 선정됐으며, 소비자시민모임이 주관하는 국내 유일의 순수 소비자 단체상인 ‘제9회 올해의 에너지 기술상 및 에너지 절약활동 부문 에너지 위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장기적으로 열병합 발전을 통해 생산된 난방열과 아파트 단지에서 쓰고 남은 전기를 인근 지역에 판매하는 전국형 지역에너지 판매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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