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의 의지’는 생의 철학자 니체(1844~1900)가 숨지고 난 뒤 그의 여동생 엘리자베트 등이 1884년부터 1888년까지 니체의 유고 일부를 편집해 내놓은 책이다.
니체를 파시즘의 옹호자로 ‘오독’(誤讀)하는 데 기여한 이 책을 두고 1950년대부터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저작을 비판하는 쪽은 늘 비전문가가 원고를 자의적으로 편집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논쟁은 1967년부터 독일 발터 데 그루이터의 ‘니체비평전집’이 나오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학자 마치노 몬티나리 등이 기존의 유고집을 모두 해체한 후 니체가 남긴 모든 유고를 쓴 순서대로 남김없이 모은다는 원칙에 따라 니체 저작의 ‘결정판’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책세상에서 이 발터 데 그루이터판 니체 전집 번역을 5년만에 최근 21권으로 완결했다. 원서는 모두 33권이지만 이 중 니체의 서신이나 서지 주해서 등을 제외한 철학 저작만 모아 낸 것이다.
휘문출판사(1969년), 청하출판사(82년) 등에서 5, 10권 분량으로 ‘니체 전집’이 나왔던 적이 있어 전집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문헌학적으로 니체의 글을 어떤 첨삭도 없이 원형 그대로 정리’한 발터 데 그루이터판의 번역은 니체 사상의 전모(초역만 12권이다)를 국내에 사실상 처음 소개한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게다가 이 번역을 위해 정동호 충북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이진우 계명대 총장, 김정현 원광대 교수, 백승영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전임연구원 등이 참여한 편집위원회는 국내에 번역된 니체 저작의 철학적 개념과 번역 오류를 바로잡고 번역 용어나 개념을 새로 규정해 ‘니체 번역의 표준’을 제시한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세웠다. 흔히 ‘초인(超人)’으로 알고 있는 개념을 ‘위버멘쉬(Uebermensch)’로 썼다든가, ‘권력에의 의지’를 ‘힘에의 의지’로 바꾼 것은 이런 시도의 일부이다.
원고 작성 연대에 따라 책의 순서를 매긴 원서 체제대로 이번 전집은 문헌학에서 철학, 시대 비판으로 나아가는 초기(전집 제1~6권), 전통을 해체하고 삶에 대한 희망이 두드러지는 중기(제7~12권),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쓴 후기(제13~21권) 등으로 니체 사유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집을 완결하면서 니체의 삶과 전집 읽기 방법, 국내 니체 연구와 수용의 역사를 정리한 ‘니체 읽기’도 함께 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