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이 8일 금강산에서 꿈에도 그리던 남녘의 어머니 품에 안겼다.
87년 당시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북에 끌려간 정일남(49)씨는 이날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12차 남북 이산가족상봉행사에서 18년만에 어머니 김종심(72)씨를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상봉 전부터 목이 메였던 김씨는 정씨를 보자 “우리 아들, 우리 아들”이라며 외칠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모자는 한동안 부둥켜 안은 채 눈물만 뚝뚝 흘렸다.
정씨는 “북에서 대학을 나와 결혼까지 했다”며 따라온 부인, 딸 아들과 함께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렸다. 3남 중 장남인 정씨는 고향인 전남 고흥군에서 이발사를 하다 목돈을 마련할 생각으로 배를 탔다가 납북됐다.
한참 만에야 눈물을 추스른 김씨가 “아버지는 5년 전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하염없이 네 이름만 부르다 세상을 하직하셨다”고 전하자 정씨는 소리 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다.
정씨는 2시간의 상봉행사 내내 “다 잘 살고 있다”며 애써 어머니를 다독였다. 며느리 이금옥(44)씨도 “통일이 되면 큰 며느리인 제가 어머니를 모시겠다”며 위로했다. 김씨도 “그래, 내가 그 날까지 꼭 살아야지“며 다짐했지만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진 못했다.
2000년 이후 12번의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남북자ㆍ국군포로가 특수이산가족 형태로 남쪽 가족을 만난 것은 정씨를 포함해 모두 21명. 우리 정부는 더 많은 상봉을 위해 적십자회담이 열릴 때마다 납북자ㆍ국군포로 전원에 대한 생사 및 주소확인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한편 김씨를 비롯한 남측의 아흔 아홉 가족은 이날 상봉을 시작으로 10일까지 금강산에 머물며 북의 가족을 만난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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