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도 영재성이 보이는데 그냥 키울 수는 없잖아요?”
주부 김모(34)씨는 최근 아들(5)을 서울 서초구의 한 유명 영재교육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생후 22개월 만에 글을 읽기 시작했던 아들이 최근에는 버스노선을 줄줄 암기하는 것을 보고 영재성을 키워주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1주일에 3시간씩 6개월 과정에 144만원으로 적지 않은 돈이지만 김씨는 아깝지 않다.
‘천재소년’ 송유근(8)군이 지난달 24일 인하대 수시모집에 합격, 화제를 모으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영재 신드롬’이 일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사설 영재교육업체는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송군이 알려진 올 초부터 생후 1~2년 된 아이가 말만 일찍 시작해도 영재판별을 해달라는 문의가 온다”며 “이런 수요 때문에 영재교육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들은 문제해결력과 창의성 등에 대한 자체 검사를 통해 영재를 판정하고, 수학ㆍ과학 과목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사교육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유일의 한국과학영재학교(구 부산과학고)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모집 첫해인 2003학년도에 8.29대 1이던 입학경쟁률이 2006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는 17.35대 1까지 상승했다. 학교 관계자는 “송군이 청강생으로 공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하루 100통 이상씩 온다”고 말했다.
각 대학에 설치된 과학영재교육원(센터)에도 입학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2005학년도 입학경쟁률이 수학 분야 15대 1, 과학 분야 10대 1에 달했다. 서울대 경북대 등 전국 23개 대학에 설치된 영재교육원은 초ㆍ중등 일반학교 재학생 중 영재성을 보이는 학생을 대상으로 1년간 주말에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최근 기존 대학의 영재교육원 외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의뢰,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저학년 영재교육을 담당할 과학신동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조석희 원장은 “과거에 영재성을 가졌던 많은 아이들이 사장된 것을 고려할 때 최근의 열기를 잘 살리면 국가적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대 과학영재교육센터 최승언 소장은 “영재교육은 꼭 필요한 아이들만 받아야 하는데 일부 학부모들의 욕심으로 영재교육이 또 하나의 과외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4세 때 지능지수(IQ)가 200을 넘어 196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웅용(43)씨도 대학 강사로 평범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영재교육이 만능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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