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한 ‘기술 준비경영’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이 8일 발표한 중장기 연구개발(R&D) 투자 계획은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이후 그룹의 최우선 과제가 돼 온 기술과 인력 중시 경영 철학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이윤우 삼성그룹 기술총괄 부회장은 이날 “21세기는 혁신 기술로 시장을 창출하고 주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기술 준비경영’을 선포한 뒤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의 분명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장기 계획은 세계가 놀랄 만한 기술을 개발해 한국 경제의 견인차가 되겠다는 야심과 함께 기술개발 경쟁에서 낙오하면 2류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 회장 특유의 위기의식을 담고 있다.
삼성은 기업간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21세기에는 차세대 기술혁신 역량과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1960~70년대는 생산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였고 80~90년대에는 품질개선에만 집중해도 견뎌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5년간 R&D에만 47조5,000억원을 투자, 전자ㆍ기계ㆍ화학 분야의 '차세대 성장엔진'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삼성의 계획은 규모와 내용으로 볼 때 세계 유수 기업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삼성에 따르면 2010년 R&D 투자액 11조3,000억원은 2002년의 3조4,000억원보다 3배가 훨씬 넘고 마이크로소프트(MS)나 IBM 등과 견줄만한 액수다.
삼성은 올 해 그룹 총 매출(139조5,000억원ㆍ추정치)에서 차지하는 R&D 투자(7조3,000억원) 비율이 5.2%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5년간 7%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 전체가 첨단 산업의 평균 R&D 투자 비율을 웃돌게 된다. 2010년 브랜드 가치 목표 700억 달러는 올해 세계 브랜드 가치 1위인 코카콜라의 675억 달러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내년부터 해마다 뽑기로 한 6,000명의 R&D 인력은 올해 그룹 전체 채용 인원인 8,000명의 75%에 해당한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3~5년 단위의 중장기 R&D 비전을 공개함으로써 삼성의 기술개발 의지를 널리 알리고 내부의 사기를 높이면서 우수인재 유치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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