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ㆍ고압 포화수증기의 분해력을 이용해 생활쓰레기를 퇴비로 바꾸는 폐기물 처리기술이 국내에서 실용화했다.
금속과 유리 등 일부 재활용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생활쓰레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고, 설비ㆍ처리 비용도 기존 방식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산성토양 개량 능력이 뛰어나고, 염도(鹽度)가 낮은 양질의 퇴비를 부산물로 얻을 수 있어 저비용 순환형 쓰레기 처리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환경벤처기업 EETC㈜는 지난해 폐기물처리기 EWM을 개발, 1년 여의 시험가동을 거쳐 지난달 특허를 따냈다고 7일 밝혔다. 현재는 동물뼈나 생선가시, 달걀껍질 등을 가려내 배출해야 하지만 EWM은 이들은 물론, 가죽과 비닐, 스티로폼이나 PET병까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모든 음식물쓰레기와 각종 포장재 등을 처리장치에 집어넣고 30~40분 가동하면 부엽토와 같은 퇴비로 바뀌어 나온다.
원리 물은 약 374도ㆍ22기압 이상이 되면 액체와 기체가 혼재하는 ‘초임계수(超臨界水)’ 상태가 된다. 초임계수는 수소이온농도(pH)가 보통 물의 30배로 강한 산성을 띠고, 분자운동이 활발해 가수분해 능력이 뛰어나며, 용해도가 높아져 물질을 쉽게 분해하는 능력을 갖는다. 다만 물을 초임계 상태로 끌어올리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최근 약 200도ㆍ20기압 이상의 물(아임계수ㆍ亞臨界水)도 초임계수와 거의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EWM은 바로 이 아임계수를 이용했다. 이 회사 박정호(46ㆍ물리학 박사) 연구소장은 “일본 고베(神戶)제철소 등에서 비슷한 원리를 이용하고 있으나 EWM의 효율이 크게 앞선다”고 말했다.
부산물ㆍ처리비용 재활용품과 매립용ㆍ소각용 쓰레기를 제외한 음식물쓰레기는 퇴비로 만들어진다. 최근 지렁이나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방법이 각광을 받고 있으나 처리능력이 낮은 데다 미생물 수입비용도 만만찮다. EWM을 이용한 쓰레기처리의 부산물인 퇴비는 농촌진흥청 분석 결과 비료로서의 성분이 풍부한 대신 중금속과 염분 농도가 허용기준을 크게 밑돌았다.
매립을 제외한 현행 방식의 쓰레기 처리에는 톤당 4만2,000~9만5,000원이 들지만 EWM은 1만9,000~2만3,000원 정도. 설비 비용도 기존 처리 방식의 70% 선이다. 김형석(45) 대표는 “EWM을 사용하면 실생활과 동떨어진 현재의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가 불필요해져 주민 불편을 크게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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