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당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10ㆍ26 재선거 승리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당 안팎의 지적 때문이다. 7일 프레스센터에서 당 인재영입위원회 주최로 열린 ‘외부인사 어떻게 영입할 것인가’ 공개토론회도 변신 모색의 일환이다. 토론자들은 “한나라당은 아직도 실패학을 쓰고 있다” “책임과 온정이 없는 보수는 사회악”이라는 등 한나라당에 무척이나 아픈 쓴소리를 던졌다.
▦신지호(자유주의 시민연대 대표)=정당이란 모름지기 가치 집단이어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보인 모습은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이익 집단이다. 영남 기득권 정당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공동체 자유주의란 상품을 받아들였는데, 그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지 의심될 때가 많다. 자유무역협정(FTA)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고 시대에 반하는 신문법, 수도분할에도 찬성했다. 이런 한나라당은 정말 꼴도 보기 싫다.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키려는 분들인지, 폼이나 잡고 웰빙하려는 분들인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 영혼과 철학이 있고 신념을 위해 자신을 초개같이 바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게 없으니 열린우리당에 밀릴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책상형 의원이 많고 열린우리당은 필드형이 많다. 앞으로 한나라당은 들판형 자유주의자들을 영입하라.
▦강혜련(이화여대 교수ㆍ17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 나는 한나라당에 정신적 부채가 있다. 17대 총선 공천에서 대거 현역의원을 교체했다. 60% 가량 물갈이 했지만 당 체질은 안 바뀌었다.이해찬 총리하고 기 싸움하면 늘 완패다. TV에는 맨날 그 얼굴만 나온다. 17대 초선 의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
이번 재선거를 보고 놀란 것은 현 정권의 지지율이 바닥인데도 표가 꽤 나왔다는 점이다. 그것은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싫어하지만 부패하고 무기력한 한나라당도 싫어한다는 반증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영입의 발판이 돼야 한다. 그런데 현역 의원들이 나서서 알짜배기 지역의 후보가 되려고 탐욕이나 부리고 있다. 서울시장, 경기지사 후보로 현역 의원들이 거론되더라. 이분들은 개인적 야망 차원의 도전을 접어야 한다. 신사협정을 맺어 자신보다 나은 인물을 찾는 캠페인부터 벌여야 한다.
▦김헌태(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한나라당의 위기는 상당부분 도덕성 상실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은 도덕성에선 늘 꼴찌다. 잘살게 해줬다고 부패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책임도 없고 온정도 없는 보수는 사회악이다. 보수란 자신이 엘리트이므로 대중을 책임지는 것이다.
보수에게 도덕성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자원입대 해야 할 보수가 병역을 기피하는 것은 큰 문제다. 기부를 못할 망정 탈세한다면 자격 없다. 한나라당은 변호사 학자 등 출중한 분들 많다. 하지만 대중에서 유리된 엘리트보다는 대중에 헌신적인 엘리트를 뽑아야 한다. 선한 엘리트, 착한 엘리트만이 보수가 될 자격이 있다.
▦박효종(서울대 교수)=재보선 불패신화는 작은 성공이며 한나라당은 아직 ‘실패학’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속물근성을 가진 정당이 아닌 진정성을 가진 정당으로 새로 태어나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한 사람의 영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영웅들의 공동체’로 가야 한다.
당내 유력 인사들은 ‘왜 내가 아니면 안 되는가’가 아니라 ‘왜 한나라당이 아니면 안 되는가’를 국민들 앞에 보여줘야 한다. 영웅들의 공동체를 만들려면 당적을 가진 사람이 아닌 유능한 외부인사에게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당이 진정 개혁주의자의 모습을 보이려면 기득권을 포기하고 인재로 판단되는 사람들을 삼고초려해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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