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의 5분의 1 가까이나 의원들에게 주고 나면 뭘 가지고 재정을 운영합니까.”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기초ㆍ광역의원들부터 유급화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6월말 국회를 통과한 이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들의 ‘빈곤의 악순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방의원 유급화로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중앙정부의 도움없이 지자체가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살림살이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사회복지 등 각 부문의 사업이 지방의원 급여 때문에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방의원 유급화는 현재 회기수당으로 지급되는 지방의원들의 급여를 월정수당으로 바꿔 전체 급여를 늘리는 것이 골자다. 행정자치부는 월정수당 지급기준을 정하는 지자체별 의정비심사위원회 구성, 유급제 시행에 필요한 지침 마련 등을 준비중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초의원의 경우 현재 회기에 기반을 두고 연 2,000만~3,000만원 정도의 수당을 지급하던 것을 월정기 지급으로 바꿔 급여를 현실화하려는 것”이라며 “구체적 급여 규모는 각 지자체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가이드라인도 만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급화되면 지방의원 연봉이 대략 5,000만~6,000만원선은 될 것으로 보여 이미 지방의원 지망생들의 정당 가입이 폭증하는가 하면 ‘지방의원 고시’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는 형편이다.
연간 세수가 23억여원인 경북 울릉군은 군의원 7명에 대한 유급제가 실시되면 대략 세수의 6분의 1이 넘는 4억원 정도를 보수로 지급해야 할 형편이어서 내년도 예산에 의원보수 예산을 편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청양군의 경우 지방의원 8명의 유급화가 시행되면 지방세수액(57억원)의 7%에 해당하는 4억원 가량이 의원 급여로 빠져나가게 된다. 청양군 관계자는 “지금도 자체 세원으로는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여기에 의원들 보수까지 추가되면 설상가상”이라며 “사업 투자를 줄이거나 경상비 감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 8.5%로 전국 최하위권인 전남 신안군의 경우 지방세수가 연간 41억2,500만원에 불과하다. 이 중 5억원이 지방의원 10명의 급여로 돌아가게 된다.
전국시군구청장협의회 관계자는 “지방선거 선거비용을 비롯해 의원 급여까지 모두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지방자치를 억압하는 행위”라며 “이러한 부담이 지자체에 꼭 필요한 주민사업을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자부 관계자는 “유급화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오랜 숙원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 비용을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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