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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방글라데시 결혼 악습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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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방글라데시 결혼 악습 언제까지?

입력
200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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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월 전 결혼 이야기가 한창 오갈 때 만해도 예비신부 림피씨의 혼사 길은 평탄해 보였다. 인도 북서부 쿨루에 사는 양쪽 집안 누구도 결혼 지참금 얘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혼식 날 신랑 측 부모의 태도가 돌변했다. 결혼식을 성대하게 하는 것은 물론 보석과 컬러 텔레비전, 장신구 등 70만 루피(약 1,600만 원) 어치의 선물과 현금을 요구한 것이다.

2만 루피(약 46만 원)의 월급으로 생활하는 공무원인 친정 아버지 싱프(60)씨는 혼인을 깨겠다는 압력에 빚을 끌어다 써야만 했다.

하지만 악몽은 시작일 뿐이었다. 결혼 후 그녀는 새 집을 짓는 데 2만5,000 루피가 더 필요하다는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신랑 측에 의해 살해됐다.

워싱턴 포스트와 로이터 통신 등은 최근 법률로 금지한 지 40년이 넘은 지참금 제도가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려 여성들의 희생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뿌리깊은 악습 때문에 매년 6,000~7,000명(인도 정부 통계)의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자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살은 지참금 부담을 부모에게 지우지 않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에서는 결혼할 때 남자 집에 가져가야 하는 지참금 때문에 딸을 낳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 돼 태아 성 감별이 보편화돼 있을 정도다.

림피씨는 친정에 가서 돈을 가져오라는 시어머니에게 “이미 지참금을 다 줬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변했지만 돌아온 것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폭력뿐이었다. 친정 아버지는 “큰 딸의 행복과 안전을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며 흐느꼈다.

올 8월에는 결혼한 지 9개 월 된 차란프리트씨가 뉴델리의 집에서 불에 타 숨지기도 했다. 임신 3개월인 상태였다. 지참금 10만 루피(약 230만 원)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댁 식구들이 1주일간 모의한 끝에 저지른 일로 밝혀졌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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